전기차의 전비는 속도가 낮을 수록 높아지는가?

올해 5월부터 회사 출근을 자차로 하기 시작했다. 대중 교통을 이용하면 대충 편도 2시간이 소요되다 보니, 자차로 이동하는 주요 루트가 용인-서울 간 고속도로 – 경부 고속도로 – 올림픽대로(또는 강변북로)로 이어지는 이른바 지옥의 러시아워 정체 루트임에도 불구하고, 소요 시간이 출근은 약 평균 20분, 퇴근은 무려 1시간이 줄어들었다.

전기차를 몰다 보니, 전비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자차 출근을 시작한 5월 2일부터, 5월 31일까지 출퇴근 기록을 기록해 보았다. 대략적인 통계 자료는 아래와 같다.

  • 총 주행 거리: 1,546 Km
  • 총 소모 전기량: 206.86 Kwh
  • 평균 전비: 7.47 Km/Kwh
  • 출근 통계
    • 출근 평균 소요 시간: 1시간 40분
    • 출근 평균 전비: 8.29 Km/Kwh
  • 퇴근 통계
    • 퇴근 평균 소요 시간: 1시간 02분
    • 퇴근 평균 전비: 6.65 Km/Kwh

참고로 현재 몰고 있는 전기차의 공인 복합 전비는 4.6 Km/Kwh. 공인 복합 보다 수치가 좋게 나온 것은 평균 기온이 베터리 최적화에 가까운 기온에 도달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 더해, 전기차의 특성 상 내연기관과 달리 천천히 달릴 수록 전비가 올라간다는 특성 때문이다.

다만, 실제로 그러한지, 그리고 평균 시속 당 전비의 증감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여 상관관계 분석과 회귀분석을 돌려보았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매우 강한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었고 아래와 같은 추세선이 그려졌다.

즉, 평균 시속이 높으면 높을수록 전비가 나빠지는 것을 통계 상으로도 확인이 가능. 추세선의 기울기는 -0.0793 으로, 평균 시속이 10 Km 높아지면 반대로 전비는 0.8 Km/Kwh 씩 나빠질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전기차가 가진 내연기관 차량 대비 장점 중 하나는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한 가속 성능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가속 성능을 이용해 고속 항속을 하면 전비는 나빠진다 – 내연기관 차량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오히려 저속 주행에서 에너지 효율이 굉장히 안 좋은 편이다.

하지만 이러니 저러니 해도, 주유비 대비 전기차의 충전비가 압도적인 건 변하지 않는다(주유비 대비 충전비에서 위의 총 주행거리를 대비로 보았을 때, 충전비 쪽이 최소 14만원에서 최대 17만원 더 싸다). 그나마 비싼 가격이 문제였지만, 올해 점차 등장하기 시작하는 소형 전기차들이 나오기 시작한다면 글쎄. 내연기관을 고집해야 할 이유는 점점 더 줄어드는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