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 명료가 세상을 지배한다

지난 10여년간 게임 시장이 급속도로 변화/확장되면서 게임은 더이상 매니아들의 전유물이 아닌 누구나 즐길수 있고, 쉽게 소비할 수 있는 문화 상품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이는 게임을 상업적으로 판매하는 회사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되었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은 상당수 회사들이 나름대로의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기업/제작팀들이 자신의 이름을 알리지도 못한체 쓰러지기도 했다.

수 많은 기업들이 꿈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날개를 접어야 했던 이면에는 기존의 게임 제작 환경에 너무 의지한 게임 제작 관행의 탓이 가장 컸다. 소비자를 고려치 않은 자기만족적인 게임의 남발은 돈안되는 게임 매니아들에게는 주목을 받았을지언정, 돈이 되는 소비자들에게는 정작 어필하지 못한 것이다. 반대로 돈이 되는 ‘일반’ 소비자들을 타겟으로 시작한 업체들(대표적으로는 한게임이 그랬다)은 그야말로 대박이라는 타이틀을 목에 걸고 지금까지도 승승장구중이다.

물론 이들 성공한 게임의 대부분은 기존의 게임 소비자(매니아)들에게 혹독한 집중 포화를 맞아야만 했다. 주된 이유는 ‘게임성이 없다’ 내지는 ‘독창성이 없다’라는 표면적인 것들 뿐이었지만, 정작 이들 게임이 왜 성공했는가에 대한 논의는 전무하다시피 했다. 정말 이들 성공한 게임이 게임 작품으로써 홀대를 받을 정도의 몹쓸 물건인가?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이 몹쓸것을 왜 자기 호주머니의 돈을 털어가면서 즐기는건가?

환경의 변화

지난 10년간 온라인 게임 시장은 확장을 거듭해왔으며, 현재에 이르러서는 어느정도 한계에 도달했다고 보여지는것이 중론이다(물론 블루오션 전략을 기막히게 펼치는 기업이 있다면 시장은 새롭게 확장될 여지는 아직 있다고 본다). 온라인 게임 시장의 확장에는 필연적으로 국내 인터넷 환경의 보급의 영향이 가장 크다. 사실 10년전만 하더라도 전용선은 몇몇 인터넷 까페나 기업 환경에서나 쓸 수 있었지만, 고작 3년도 안되어서 초고속 통신망은 각 가정에 유선전화 다음으로 없어서는 안될 통신 수단이 되어버렸다. 1가구당 적어도 1대 이상의 컴퓨터가 놓이기 시작하면서 인프라 뿐만 아니라, 이에 대응한 시장의 잠재력도 커진 것이다.

물론 온라인 게임 제작 업체들도 처음에는 이러한 시장 잠재력을 100% 끌어내지는 못하였다. 무엇보다 초기의 온라인 게임들은 보이지 않는 시장 잠재력에 호소하기 보다는 기존에 확보되어있는 소비자를 타겟으로 삼았다. 스타크래프트, 리니지, 바람의 나라 등이 초기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물론 ‘선점’ 효과도 있었지만, 잘 선정된 소비자 타겟(게임에 거부감이 없는 10~20대 남성 또는 일부 여성)에 제대로 먹힐 수 있는 게임을 제작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게임이 마케팅적인 접근으로 성공했다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모든 경우에 있어서 각 게임들은 게임 제작자 나름대로의 재미를 추구하는데 힘을 쏟았을 뿐이며, 완성도 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 주력했을 뿐이다. 이때는 제품 품질에 따라서 명암이 많이 교차 되었다. 다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소비자 집단과 생산자 집단이 동류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NC와 넥슨이 기존의 전통적인 시장에서 투닥거리를 하는 동안 웹젠 등의 신규 업체들이 달려들기 시작하면서 기존의 소비자 타겟에 소구하는 게임들이 점차 늘기 시작했다. 시장은 금새 포화상태에 이르러 버린것은 당연했고, 성장을 위해서는 두가지 해결책만 남아있는 상태였다. ‘신규시장의 개척’, 또는 ‘소비자 타겟 계층 자체의 성장’. 결과를 먼저 이야기 하자면, 두번째 전략은 시장 자체를 크게 만들기 보다는 시장 내에서 타겟 대상이 이동을 한 것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곧 한계에 부딪칠 수 밖에 없었다.

신규 시장의 개척을 통해 성공을 이룬 기업으로는 대표적으로 한게임을 꼽을 수 있다. 누구나 잠깐 잠깐 즐길수 있는 게임을 목표로 고스톱, 포커류의 보드 게임을 먼저 서비스한 한게임은 기존의 컴퓨터 게임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당시 20대 중반 이후의 인터넷을 이용하는 남성 및 여성)을 신규로 유입시킬 수 있었다.

- 한게임의 성공 요인 -

 1. 누구나 알기 쉬운 게임 룰
 2. 손쉽게 시작할 수 있는 게임 접속 체계
 3. 온라인 환경을 통한 대전과 커뮤니티

물론, 그 당시 한게임을 비롯한 여러 업체들이 웹 기반 보드게임 시장에 달려들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프로그램 설치형 게임들을 주력으로 삼는 곳이 많았었고 웹을 기반으로한 접근의 용이함을 통하여 다른 서비스와는 차별화 꽤하였기 때문에 최종 경쟁에서 승리하게 되었다.

이후 비슷한 예는 줄줄이 이어나오게 된다. CCR의 포트리스는 주로 10대 이하 남녀 및 PC 방에서 손쉽게 같이 할 수 있는 게임을 찾는 10~20대 남녀들을 온라인 게임 소비자로 탈바꿈시켰으며, 이들 타겟은 고스란히 카트라이더에도 적용되게 된다. 포트리스의 경우 조준하고 발사하는 단순한 액션으로, 카트라이더의 경우에도 기존의 레이싱 게임과는 다른 손쉬운 조작을 기반으로 신규 게임 유저를 끌어들이는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이른바 캐쥬얼 게임의 성공은 이전까지 게임에 대해 어느정도 관심이 있었지만, 내용으로 인하여 손쉽게 접근하지 못한 사람들(특히 여성과 청소년 이하 소비층)을 게임 소비자로 만드는데 크게 일조하였다. 또한 각종 보드게임들은 기존의 게임 소비자로 고려되지 않았던 20대 중반 이상의 소비자 층을 만들어냄으로써 시장 규모 자체를 불리는데 성공했다-그리고 이들은 현재 다른 게임의 잠재 소비층으로 점차 위상을 이동시키고 있다.

간단 명료한게 좋아

간단 명료한 게임이라고 해서 ‘꼭 캐쥬얼을 제작하라’라는 것은 아니다. 어떤 장르가 되었든 새로운 것을 넣기 위해 복잡한 요소들을 추가하기 시작하면 게임은 집중력을 잃게되고, 소비자들 역시 재미를 느끼기도 전에 지쳐버리기 마련이며, 이를 경계하라는 의미 정도로 받아들이면 될 것이다. 이제는 MMORPG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WoW의 경우에도 시스템은 단순한 편이며, 자신들이 생각하는 게임성을 해치는 부분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배제함으로써 간단 명료함을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게임을 디자인하는데 있어서, 게임 소비자가 게임에 아주 익숙할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더라면, 때문에 안일한 디자인을 했었다고 한다면 위 게임들은 아무리 재미있는 게임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해당 타겟의 시장을 형성하기는 커녕 소비자들에게 철저한 외면을 받았을지도 모른다(현재 성공한 게임들의 경쟁작들이 어떻게 쓰러졌는지를 되짚어보자). 그리고 지금 현재 신규 소비자에서 일반 게임 소비자로 위상이 변해가고 있는 그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간단 명료하지 못한 게임은 돌팔매를 맞기 십상이다.

- 간단 명료한 게임의 조건 -

 1. 손쉬운 설치, 손쉬운 실행, 손쉬운 게임 튜토리얼, 손쉬운 조작
 2. 소비자에게 친절한 인터페이스
 3. 적은 입력, 단순한 로직, 명료한 결과 출력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도 분명히 재고되어야 할 부분은, 어떠한 새로운 시스템이나 로직을 적용할 때, 단순히 ‘이거 재미있겠다’라는 발상 보다는, 게임 플레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먼저 생각을 해야 된다는 것이다. 게임 사용자들 끼리의 승패 이외의 것에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게임을 디자인 하는것 역시 간단 명료한 게임을 만들어야 되는 이유 중 하나이다.

*. 분석이야 이렇게 했지만, 사실 진짜로 이들이 이렇게 시장 분석과 진입을 통해 성공한 것일까? 개인적으로는 그냥 ‘어쩌다 보니 로또에 맞았다’정도로 생각된다. 그러나 엄연한 사실은 로또 확률이 높아보이는 것은 성공한 케이스만 유독 잘 알려지기 때문에, 똑같이 로또를 기대해도 잘 될수 있다는 오류일 가능성이 높고, 때문에 로또를 기대하는 것 보다는 과학적인 분석이 확률을 좀 더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 예시로 들었던 게임들의 사회적인 논란-현거래, 게임의 독창성 결여 문제, 도박 중독 등-에 대해서는 일단 논외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