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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산업의 고용 불안정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게임 산업의 성장 초기에는 벤쳐, 스타트업의 특성 상 인적자원은 회사가 접히면 당연히 고용 유지가 안되었다. 이 시기 대부분의 종사자들이 낮은 임금, 불안한 고용을 견뎠던 것은 프로젝트가 성공만 하면 받을 수 있는 높은 성과급, 그리고 스톡옵션 제도에 기댔기 때문이다.

게임 산업이 급격하게 발전하고, 스타트업이 아닌 중견 기업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게임 산업의 고용 불안정은 여전하다. 프로젝트가 접히면 회사를 나가야 한다는게 지금도 불문율 처럼 여겨지고 있다. 그나마 요즘은 노조의 등장으로 그 불문율이 점차 깨지고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게다가 모바일 플랫폼으로의 산업 재편은 산업 초창기의 벤쳐, 스타트업이 다수인 환경으로 다시 회귀하게 됨으로써 고용 불안정 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있는 상태이다.

순식간에 세계적인 게임 제작사로 발돋움한 슈퍼셀의 사례는 국내에도 많이 소개되었다. 대부분의 경영자들은 그들의 경우 그들의 경이적인 실적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그 경이적인 실적에 대한 정성적인 분석은 그다지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게임 개발자들 사이에서 실제 이야기되는 것은 실패를 용인하고, 성공할 때 까지 기다려주는 조직 문화다.

마찬가지로, 무섭게 성장해 세계 탑 티어를 향해 가고 있는 중국 게임사의 개발 문화도 역시 많이 소개 되었다. 1일 3교대 근무, 대규모 인적자원을 활용한 공장 같은 시스템, 전사적인 프로젝트 리소스 관리 시스템에 대해 놀라워하고 경계하지만, 고작 그에 대비해야 한다며 나온 이야기는 고작 주 52시간제 근무 제도와 포괄임금제 폐지의 부당함 뿐이다.

“제4차 산업혁명을 앞둔 기업 경영 혁신”이란 화두는 계속 던져지고 있지만, 이 정도면 얼마나 그 혁신을 진짜로 원하는지 의심스러운 수준이다. 기존의 구태를 그대로 강화하길 원하면서 혁신이라는 말을 붙이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 아닌가.

혁신을 위해선 기존 게임 산업을 둘러싸고 있는 패러다임이 일단 바뀌어야 한다.

게임 산업 혁신을 위한 인적자원 패러다임 변화

가장 크게 바뀌어야 할 부분은 개발 인력과의 관계이다. 관행처럼 이뤄졌던 실패 프로젝트 참여자에 대한 정리 해고와 즉각적인 프로젝트 셧다운은 비용 절감과 그에 따른 운영 효율에 의한 것으로 당연시 되었지만, 실은 많은 숨겨진 문제가 있다.

  • 해고 비용의 일시적 증가
  • 해당 프로젝트 결과물 폐기에 따른 지적재산권 손실
  • 해당 프로젝트에서 얻을 수 있는 노하우 손실
  • 전사적인 사기 저하 및 애사심 감소

여태까지 이런 숨겨진 문제에도 불구하고, 정리 해고가 이뤄졌던 이유는 이른바 여유 자원인 실패 프로젝트 인원에 대한 관리가 어렵고 이는 곧 회사 재정에 큰 타격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는 소규모 회사거나 당장 경영 위기가 닥친 회사라면 당연한 일이지만, 문제는 규모나 상황에 관계 없이 대부분의 회사, 심지어 산업 종사자까지 저런 문제를 경시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모두가 별 고민 없이 관행이 그러니까. 라고 넘어간 셈이다.

게임 제작에서 사람은 알파와 오메가다

게임 제작에 있어서 제작자의 중요성은 굳이 이야기 할 필요는 없다. 사실 그렇기 때문에 다들 좋은 사람 뽑는데 혈안이 되어 있고, 항상 좋은 인력에 목말라한다.

그렇게 힘들게 뽑은 사람이기 때문에 내보내는 것도 쉽게 결정해서는 안된다. 구인은 예상보다 오래 걸리고, 그 과정이 힘들고 난해하다. 이 말인 즉, 구인 과정에 상당한 비용이 소모된다는 의미이다.

단순히 사람을 뽑는 걸로 문제가 끝나는 것도 아니다. 채용 인력에 대한 기본적인 임금 이외에도 회사 문화, 프로젝트 조직 문화에 적응하기 위한 적응 교육 역시 비용이다. 심지어 이 비용은 이후에 반환되지 않는 매몰 비용이다.

프로젝트가 실패했다고 해서 사람을 내보내는 것은 결국 그 인력을 뽑기 위해 들인 노력과 비용을 내다버리겠다는 선언이다. 과거 이런식의 운영이 가능했던 것은 인력 시장에 괜찮은 비용과 효율을 가진 인력이 넘쳤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런식의 운영이 불가능하다. 회사는 많고, 심지어 창업 시도도 많다. 그리고 점차 게임 산업에 신규 진입하는 인력 자체가 줄고 있다.

사람을 쓰고 버려서는 안된다. 어렵게 뽑은 이상 최대한 뽑아먹어야 한다. 인적자원에 대한 패러다임 변화는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그럼 프로젝트도 없는 사람을 놀리나?

왠만해선 사람을 자르지 않겠다고 선언을 하면 자연스럽게 붙는 문제다. 다른 프로젝트에 전환 배치를 할 수 있지만, 어차피 이미 안정적으로 운영 중인 다른 프로젝트에 여유 자리가 있을리는 만무하다.

여기서 제안하는 것은 별도의 상설 개발 연구 조직의 운영이다. 실패 프로젝트 또는 여러 사정으로 프로젝트에서 이탈하는 인원을 위한 조직으로, 모든 개발 파트의 인력들이 배치 된다. 신규 프로젝트를 위한 프로토타이핑, 프로젝트 운영 개선과 관련한 연구, 실패한 프로젝트에 대한 포스트모템, 다른 사내 프로로젝트를 위한 각종 기반 기술 연구 개발을 하는 부서로 동작한다.

중요한 점은 이 부서가 좌천 부서나 도피 부서로 취급 되어서는 안된다. 엄연한 정규 조직이며, 이 조직에서 나온 결과물은 항상 전사적으로 전파되고 이용되어야 한다. 이 조직의 활동은 다른 프로젝트 조직과 마찬가지로 우선적으로 지원되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이 조직에 포함된 인력 역시 좌천이나 도피의 목적으로 부서를 이용해서는 안된다.

전환비용과 매몰비용 감소를 위한 전사적 프로젝트 관리

그간 스튜디오나 프로젝트 팀의 고유 개성, 문화를 존중한다는 의미로 전사적으로 프로젝트 운영이나 관리 방법을 통일하거나, 리소스, 결과물을 통합 관리하는 것에 대해 터부시되는 경향이 있었다. 게임은 창의력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 자유로운 개발 문화를 장려하기 때문이다. 자, 그런데 잘 생각해 보자. 진짜로 창의력을 위해 자유로운 문화를 장려했을까? 그저 통합 관리가 안되는 핑계로 사용하지는 않았을까?

창의력과 자유로운 개발 문화는 물론 중요하지만, 보통 이를 해치는 것은 프로젝트 관리의 통합 여부가 아니다. 비전 부재, 비효율적인 운영 시스템의 개선에 게으름 같은 문제가 창의력과 자유로운 개발 문화를 해친다.

프로젝트를 전사 통합 관리하자는 이야기는 각 스튜디오나 프로젝트 팀의 개성을 죽이고 하나로 따라야 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조직과 프로젝트 관리를 표준화 함으로써 사내 스튜디오, 팀 간 인력의 전환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함이다.

리소스나 결과물의 통합 관리도 마찬가지 문제이다. 현실적으로 리소스를 재활용하기 어렵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유니티 이후 게임 엔진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에셋의 등장은, 예전에는 그저 잉여로만 판단되었던 것들을 다른 프로젝트에도 적용 할 수 있는 여지를 키웠다. 충분히 프로젝트 결과물을 전사적으로 통합 관리하고, 이를 유지 보수할 이유가 있는 것이다(중국 게임사들의 리소스 관리 방식은 아마도 이러한 판단하에 이뤄진 거라 추측한다).

이는 실패한 프로젝트의 인력을 함부로 내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리소스를 에셋화 하여 사용하기 위해서는 에셋에 대한 꾸준한 유지 보수가 필요하고, 이를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은 해당 리소스를 제작한 제작자이기 때문이다.

통합 관리라는 이야기는 각 스튜디오나 프로젝트 팀의 개발, 조직 문화를 획일적으로 만들어 컨베어 시스템을 만들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획일화와 통합은 구분되어야 한다.

경영 혁신을 위해 빈 카운팅 부터 관둬라

게임 제작은 기본적으로 소요 비용이 크며, 실패 시 해당 비용이 모두 매몰 비용이 되어버리는 매우 큰 리스크를 가진다. 물론 성공하면 그런 비용을 크게 쌈싸먹을 만큼의 이익이 돌아오긴 하지만, 그건 그렇게 흔한 경우가 아니며, 산업이 안정기에 든 지금은 특히 더 희귀한 경우가 되어가고 있다.

이 글에서 주장하는 것들은 대부분 기존에 매몰 비용 취급하던 것들이다. 과거에는 실제로 매몰 비용이 될 수 밖에 없었고, 추가적인 매몰 비용 발생을 막기 위해선 필요 불가결한 일이기도 했다. 동의한다.

하지만, 하지만 게임 산업이 발전한 만큼 게임 개발 환경도 바뀌었고, 기존 매몰 비용으로 인식되는 것들도 충분히 회수 가능한 상황까지 왔다. 안타깝게도 이는 기존의 회계 방식에서는 여전히 매몰 비용으로 취급되는 영역의 것들이다. 획기적인 인식의 전환 없이는 섯부르게 접근 불가능하다.

여러 대형 게임사들이 경영 위기, 혁신을 외치고 있는 요즘이다. 하지만, 예전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고에서 나온 대표적인 이야기가 주 52시간제 완화와 포괄 임금제 유지라 생각한다. 사실 매 분기 실적 향상되었다는 뉴스가 나올 때 마다 경영 위기나 혁신 필요성에 대한 주장이 진심인가 하는 의문이 있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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