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는 동영상 내용 전문입니다)
2014년 게임물관리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내 게임법을 위반하고 있는 게임 디지털 유통 플랫폼 스팀에 직접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됩니다. 당시 국내의 게임 매니아들은 이 소식에 말 그대로 뒤집어졌습니다. 스팀은 전세계 1위 게임 유통 플랫폼으로 국내에도 적지않은 사용자가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스팀이 차단 된다면 그간 구입해온 수 많은 게임이 그대로 쓰레기가 될 수 있었기 때문에 게임 이용자들의 반발은 엄청났습니다.
이후 국회는 기존 게임 심의 제도를 바꿔, 민간의 자율심의참여가 가능한 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2016년 수정 가결되어 현재까지 시행 중에 있습니다. 이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국내 유통 게임에 대한 통제는 게임위가 그대로 유지하되,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 이외의 게임에 대해서는 일정 자격을 갖춘 회사가 자율 심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게임 매니아들은 이 법이 시행된 이후, 스팀이 차단될 것이라는 걱정을 덜었습니다. 실제로 법에 따라 스팀이 국내에 지사를 만들고 법 규정에 맞는 조건을 맞춰 회사를 운영하면 되니깐요. 하지만 정말 문제가 해결되었을까요?
많은 게임 매니아들, 심지어 게임 산업 관계자들이 알고 있는 것과 달리, 스팀은 지금도 언제든 국가에 의해 차단 될 수 있습니다. 자율심의제도가 시행된지 4년이 넘어가고 있지만, 스팀의 운영사 밸브는 국내에 지사를 설립하지도 않았고, 게임위의 요청을 처리하지도 않습니다. 여전히 국내법 기준으로 스팀 서비스는 불법이고, 이는 언제든 스팀이 차단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사실 자율심의업체로 등록하는 것은 매우 까다롭습니다. 대한민국 내에 정식 지사를 만들거나 법률을 대리 할 기업을 찾아 계약을 해야 하고, 심의와 관련한 인력을 일정 수 이상 고용해야 하며, 심의 기록 일체를 게임위에 공유해야 합니다. 여기서 “국내 PC 게임 시장이 얼마나 크다고? 스팀이 그런 투자를 할 리가 있겠어?”, “저걸 누가 따른다고? 법과 규제가 문제다!”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율심의제도가 시행된지 4년. 벌써 국내에는 다양한 업체들이 자율심의업체로 등록을 마쳤거나 등록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애플, 구글, 삼성전자 같은 모바일 플랫폼 업체 부터, 가정용 게임기를 유통 중인 소니 인터렉티브 엔터테인먼트 코리아, 한국 마이크로 소프트가 자율 심의 업체 등록을 마친 상황입니다. 출범 당시부터 스팀을 라이벌로 규정한 에픽 게임 스토어의 경우에도 국내 지사를 통해 자율 심의 업체 등록을 위한 작업 중에 있습니다.
스팀은 인력 부족 등을 핑계로 다른 회사들이 지키는 국내법을 지킬 노력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펍지의 성공 등으로 인해 국내 사용자 및 스팀에 대한 PC방 수요가 직접적으로 늘자 PC방 대상 사업을 전개한다는 발표를 했지만, 자율 심의와 관련해 어떠한 액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특정 국가의 법률을 지키기 위해 별도 서비스 분리를 했던 중국 시장 대응과도 비교가 됩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정부가 스팀에 대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취하지는 않았습니다. “누군가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한, 벌집은 건드리지 않는다.” 게임 심의 관련 정책이 생겨난 이후부터 지금까지 유지되어온 행정편의주의적 마인드 덕분입니다.
스팀의 경쟁자들은 이미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여 국내의 법 제도에 안착했습니다. 경쟁자들의 입장에서 스팀은 그저 자신들의 노력에 편승해 무임승차를 하고 있는 세계 1위 사업자일 뿐 입니다. 그리고, 이런 경쟁자들이 아니더라도 이미 국내에서 게임을 곱게보지 않는 세력은 충분히 차고 넘칩니다. 게임에 적대적인 이들이 게임에 대해 일자무식이라는 사실에 감사해야 할 정도로, 스팀의 한국 서비스는 위태한 상황입니다.
스팀이 국내외의 많은 유저들에게 사랑을 받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게임심의제도는 매우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스팀이 그저 영세한 업체라면 이상한 심의제도만 비판하면 될지 모르지만, 2017년 스팀의 매출액은 4조 8천억원에 이르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의 위험을 해결해야 하는 주체는 스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