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2020. 06. 06.: 알려진 내용과 달리, 단속은 없을 것이라는 게임위의 공식 입장 및 관련 기사가 나왔습니다. 이 사건은 해프닝으로 끝날 듯 합니다.)
2020년 6월 3일 각종 게임 웹진에서는 게임위가 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스팀 게임에 대해 단속에 나선다는 기사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이미 전날 SNS를 통해 이를 예고한 듯한 개인의 글이 올라오고 있었습니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아니었기에 추측만 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사실 게임위의 이러한 액션이 갑자기 처음 있는 일도 아닙니다. 2014년 국감에서 스팀 문제가 공식적으로 불거진 직후에도 스팀 내 미심의 게임에 대해 스팀 측과 연계로 안내를 내기도 했었습니다. 알려진 사실만 따져봤을 때, 이 때와 지금은 일의 진행 양상이 똑같은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것이 있다면 당시의 게임위 / 게임콘텐츠등급위 모두 해외 게임 개발자가 심의 신청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은 커녕 변변한 영어 안내 조차 없었다는 점 입니다. 이때 여론의 집중 포화를 받고 부랴부랴 영문 페이지 서비스에 들어가긴 했습니다만 정작 심의 관련 시스템은 접근 불가능한 상황이었죠. 위 기사가 나온 다음 영문 페이지를 확인해 본 결과 해외 사용자를 위한 시스템은 구축이 완료 된 상황으로 보입니다.
어쨌든 예전에는 해외 개발자들이 국내법을 준수하고 싶어도 준수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게임위 입장에서는 여지를 없애기 위한 조치를 취했고, 여지가 사라졌으니 본연의 활동(불법 게임물 단속)을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디스이즈게임을 통해 게임위가 밝힌 대상 기준을 보면1, 게임위가 스팀 자체를 제제하려는 건 아니란건 알 수 있습니다.
스팀이 국내법 준수를 하지 않기 때문에 입점한 개별 게임사를 노린다는 결정은 게임위가 꽤 많은 고민을 했다는 걸 알게 해 줍니다. 어쨌든 게임위는 법 집행 기관이고 법을 집행해야만 하는 의무가 있으니까요.
개발자, 게이머에게 미칠 파장은?
스팀 차단과 관련한 이슈가 나올 때 마다, 극단적인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곤 합니다만, 이번 사건 역시 제한적인 영향을 미치고 끝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유는,
- 게임위가 직접 범위를 최소화 한정한다 선언한 후, 개별 게임에 대한 핀포인트 처리를 하고 있고,
- 대형 업체의 게임들은 이미 국내 심의 제도에 안착해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스팀 자체가 차단 되거나, 미심의 게임이 대량으로 지역락이 걸리거나 하는 상황은 현저하게 낮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미 게임 심의 문제로 초창기 앱스토어에서 게임 카테고리가 차단되어 산업 성장을 가로막았다는 비판을 신나게 들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할 여지는 거의 없어 보입니다.
다만 국내에 인기 있었던 일부 해외 인디 게임의 경우 시장 진입 여부를 따져 국내 서비스를 중단(지역락 결정) 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심의 비용, 행정 업무 부담, 이에 따른 손익을 고려한 결정을 하겠지요.
지역락이 걸리는 게임이 있다고 하더라도 신규 판매가 중단되는 것일 뿐, 기존 라이브러리에 등록 된 게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2
(국내 인디 게임 개발자들은… 어차피 이 상황을 예전 부터 잘 알고 있었고, 대응을 하고 있었으니 큰 걱정을 안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도에 대한 불만은 여전합니다만.)
근본적인 제도 결함이 가진 위험은 상주
가장 큰 문제는 게임법과 심의 제도의 근본 결함입니다. 게임위가 핀포인트 처리를 통해 파장을 최소화 한다고 했습니다만, 현행법 대로라면 그런 결정 만으로도 게임위는 월권을 저지르고 있는 것 입니다. 당장 게임위가 제시한 기준에 대한 법적 근거 자체가 없는 상황입니다.
즉, 희박하게나마 스팀의 국내 서비스 중단 가능성은 열려 있는 상황입니다. 지금의 게임위는 스팀을 전면 차단해야 한다는 외부 목소리에 대비한 실적 쌓기를 한다고도 선해할 수 있습니다만, 글쎄요, 자의적 기준에 대해 문제 삼는다던가, 성인물 문제를 들고 나오기 시작하면 어디까지 막을 수 있을까요?
임시 땜빵이 아니라 게임법이 제대로 바뀌어야 합니다
사실 게임위의 이번 조치는 심의 관련 문제가 터지면 임시 땜빵 식의 해결책을 내놓았던 일의 연장선으로 생각됩니다. 이번 조치를 통해 얻는 이점도 분명히 존재 합니다만, 근본적인 문제는 하나도 해결이 되지 않았고, 그로인해 위험은 계속 존재하고 있습니다.
근본 해결이 되기 위해서는 근간인 게임법이 바뀌어야 합니다. 하지만 올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전면 개정의 상황은 암담하기만 합니다. 특히 게임 심의와 관련해서는 기존 누더기가 된 조항을 그대로 가져다 보기 좋게 정리한 것 수준 이상이 되지 않습니다.
이유는 간단하면서도 매우 복잡합니다. 게임 심의 제도는 사행성 통제, 청소년 보호 문제, 다양한 정부 부처를 포함한 각종 단체의 알력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매우 복잡하고 많은 시간을 통해 논의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개정안을 추진 중인 정부는 속도전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스팀이 차단 될까 항상 마음을 졸이는 상황이라면 개정 추진 중인 게임법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 주시기 바랍니다.
사족 – 자율심의제도를 통한 스팀 심의 우회법
결론만 이야기 하겠습니다 – MS 스토어 입점 후 스팀 판매, 혹은 이후 에픽이 자율심의사업자 등록이 완료 되면 에픽 스토어 입점 후 스팀 판매하면 됩니다. (물론 자율심의를 위해 매년 비용을 지출하는 MS와 에픽은 스팀에 짜증이 날 테지만 말이죠)
디스이즈게임 문의에 위원회 측은 ‘국내 시장 유통을 목적으로 한 게임’의 기준으로 ⓐ 한국어화 여부 ⓑ 다운로드 수 ⓒ 사용자 수 등을 제시했다.↩
물론, 제작사 혹은 유통사가 플레이 불가능하게 막을 여지가 없는 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