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개발 PM 회고 – 2 – (MMORPG 프로젝트) 에서 이어집니다.
유니티에서 PM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라고 하면 지인의 반응은 대부분 둘 중 하나였다. “유니티에서 직접 게임도 만들어요?”, “유니티 엔진 개발 PM 하시는 건가요?” 물론 둘 다 틀렸다.
내가 소속되었던 사업부는 Unity Accelerate Solutions 로, 유니티를 이용한 산업 솔루션 뿐만 아니라, 게임 개발과 관련하여 고객에게 각종 솔루션(엔진 트윅, 특정 프로젝트를 위한 유니티 엔진 커스텀 피쳐 개발, 앱 제작 등)을 제공하는 부서라고 생각하면 된다.
나는 주로 게임, 메타버스 프로젝트를 담당하였고, 고작 1년 밖에 안되는 기간 동안 4 ~ 5개의 프로젝트를 거쳐갔다. 잠깐이긴 하지만, 약 2달 동안에는 동시에 3개 프로젝트의 메인 PM 으로 지정되는 불상사(…)도 벌어졌었는데, 내 스스로는 그 때가 인생 통틀어서 손가락 안에 꼽을 만한 도전적인 시기라 생각한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어처구니 없게도 당시에는 (또) 그냥 하자 마인드로 별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거 같다. 그 업무가 끝난 이후에는 동료들에게 동시에 다수의 프로젝트를 맡지 말라고 뜯어 말리는데, 컨텍스트 스위칭 코스트가 엄청나게 비싸고, 프로젝트 별로 서로 다른 이슈가 동시 다발적으로 터지면 정말 답이 안나오기 때문이다.
실리콘 밸리에 HQ를 둔, 외국계 기업에서의 PM 경험은 당연히 처음이기 때문에, 기존에 해왔던 PM 업무와 얼마나 차이가 있을지가 가장 궁금했었다. 직접 경험한 바를 간단히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기존 게임 개발 PM과 같은 점과 다른 점
게임 개발 PM과 유니티 에서의 PM 활동이 같은 점은 아래와 같다.
- 고객(내부 고객 포함)의 요구 사항을 듣고 이를 분석하여 마일스톤 및 태스크 도출
- 마일스톤 및 태스크, 확보된 리소스에 따른 개발 일정 수립
- 프로젝트 진행 과정 중 리스크 감시 및, 이슈 발생 시 처리
- 제품을 완성하고 고객에게 전달하기 위한 일련의 프로세스 정립 및 지속적인 개선 활동
- 프로젝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속적인 중간 과정 확인 및 목표에 대한 끊임 없는 보정 작업
이에 비해 아래의 업무는 PM으로써는 Unity 에서 처음 접해보는 업무였다.
- 프로젝트 일정 수립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개발 리소스 계획 수립, 확보
- 일정 및 리소스 투입과 관련한 프로젝트 전체 비용 산정 및, 이익률 계산 및 관리
- 일 / 주 단위의 예산 관점을 포함한 전반적인 사항에 대한 프로젝트 오버사이트
- 해외 각지에 있는 개발 팀원들과 소통하면서 프로젝트 진행(싱가폴, 상하이, 밴쿠버, 런던, 스톡홀름 등등).
사실 위의 업무는 PM으로서가 아닌 대표(…)로서, 혹은 군 시절 인사 행정 등의 업무를 하며 대충이나마 경험을 했었기 때문에 업무가 어렵거나, 난감했던 적은 없다. 다만 영어를 이용한 커뮤니케이션은 난감했는데, 그래도 매니저와 1 on 1 같은 것도 무사히 잘 넘어간 걸 보면, 그나마 업무에 지장이 있었던 수준은 아니었다고 멋대로 판단해 본다.
개인 성장
유니티에서의 경험으로 배울 수 있었던 것 역시 많았고, 때문에 업무에 대한 만족도는 상당히 높았다.
- 매출과 비용, 그리고 이익 관점에서 프로젝트를 보는 관점을 가지게 되었다. 일반적인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라면 비용의 추적과 프로젝트 자금 흐름에 대해 신경을 써야 하지만, 대부분의 게임 프로젝트는 개발 PM에게 거기까지 신경 쓸 것을 요구하진 않는다.
- 책임과 권한이 명확한 수평 구조 조직의 가능성과 한계에 대한 확인을 체감했다. 수평 조직은 각자 맡은 영역에서 전문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나, 결단이 필요한 의사 결정에는 분명히 취약한 부분도 존재 한다는 것을 확인한 듯 하다.
- 유능한 동료들과의 업무 경험. 프로젝트를 위해 만났던 유니티와 유니티 외부 구성원들 모두 실력이 출중하고 좋은 팀이었다. 사실 좋은 목표를 가진 프로젝트 보다 좋은 팀을 만나는게 훨씬 더 어렵다 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러한 팀을 타의로 떠나게 된 것은 아쉬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 비전문 분야에 대한 지식 습득. (이전까지는 사실 그렇게까지 깊게 관심이 없었던) 메타버스, NFT, 머신 러닝에 대한 지식을 획득하게 되었다는 점과 그에 대한 프로젝트 경험이 생겼다는 부분. 다만, 깊이는 더 얕아지고, 넓이만 더 커진 것 아닌가 하는 우려는 조금 있긴 하다.
이것으로 2023년 5월까지의 회고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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