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게임 기획 실무를 하거나, 다른 제작자 / 팀 / 회사의 개발 중인 게임을 테스트를 할 때 마다 눈에 가장 거슬리는 것은 덜 다듬어진 시각적인 미감이라던가, 편의 기능 같은 것이 아니다. 진짜로 잘 만들어진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는 테스트하는 게임에 중요 게임 경험이 없거나 있더라도 너무 제한적이거나 혹은 뭉뚱그려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임 플레이 코어 디자인에 대한 아이디어를 빠르게 구현하고 이를 검증을 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프로토타입이 재미없는 이유는 보통 프로토타입에 구체적인 게임 경험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게임 경험 설계에 미숙한 경우에는 보통 이 단계에서 지레짐작으로 게임 코어 디자인에 대한 가설이 잘못 되었다고 오판하여 프로젝트를 파기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이는 구체적인 게임 경험에 대한 고민 없이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평가를 했으니 당연하다.
신입 기획자, 게임을 처음 만드는 사람(및 디렉터)가 가장 처음하는 실수는 근사한 게임 플레이 코어 아이디어를 룰로써 구체화 하는 순간에 발생한다. 많은 종사자들이 빠지는 함정은 룰이 만들어지면 경험은 알아서 채워질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런 잘못된 판단에 대한 결과는 게임에 여실히 드러난다. 만들어진 게임은 그럴듯하고, 룰은 큰 문제는 없지만 그걸 플레이하는 사람은 게임에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게임 경험에 대한 적절한 설계가 없으니, 경험이 납작하게 flat 눌러져 있고, 때문에 게임 내 어떤 규칙과 상호작용을 하더라도 반응이 없다.
게임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체화 할 때, 룰에 대한 정리 이전에 우선 플레이 코어 디자인을 만들고, 동시에 게임 경험에 대한 자세한 설계를 할 것을 권장한다. 세부 룰은 그 이후에 자연스럽게 정리 되는 일로 앞의 두 일 보다 우선순위가 높지 않다. 사용자 여정 지도 Customer Journey Map 을 활용한 플레이어 여정 디자인이나, 게임 디자인 매크로 Game Design Macro 같은 기법을 이용하여 최대한 자세한 게임 경험을 설계해야 한다.1
주의할 점 – 게임 경험 설계에 자세한 기획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 번에 완벽한 결과를 내려고 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세부 사항은 한 번에 바로 나오지도 않을 뿐더러, 게임 개발이 진행되면서 필연적으로 자주 변경될 것이다. 게임에 작은 변경 사항이 가해지더라도 게임 경험에 대한 고민을 놓치 말고 꾸준히 갱신해 나가기만 해도 된다.
게임 디자인 매크로에 대한 샘플 양식은 아래의 문서들을 참고(영어)
- Some example game design macro charts
- A Playful Production Process – Game Design Macro Chart Template – by Richard Lemarchand
게임 디자인 매크로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설명은 재미있는 게임 제작 프로세스 (리차드 르마샹 저, 이정엽, 김종화 역, 영진닷컴)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