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2년 정도 밖에 안되는 짧은 시간 내에 게임 기획자 / 개발 PM 피면접자 또는 면접관인 경험을 다량으로 하게 되었다. 전자야 당연히 구직 활동을 하면서 할 수 밖에 없었다면, 후자는 현재 재직 중인 회사에서 구인 담당을 같이 맡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던 것.
그러다 보니 면접을 보는 상황에서 양쪽 모두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대단한 통찰 같은 건 아니지만, 기록을 간단히 남겨본다.
면접 질문에 대해
면접 중 던지는 질문의 수준이나 질을 보면 해당 면접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 여부가 바로 판단이 된다. 피면접자로서 좋은 질문은 상대가 채용하려고 하는 포지션에 관련한 구체적이고 정확한 질문 – 그러니깐 질문 의도가 명확하게 보이는 질문이다. 반대로 면접관으로서 좋은 질문은 상대가 채용하려고 하는 포지션에 적합한 능력과 경험을 쌓았는지 판단하기 위한 질문이 좋은 질문에 해당한다고 본다.
덕분에 면접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내 질문 방향이나 면접관의 질문 방향에서 항상 파악하곤 한다. 피면접자로서 면접관이 두리뭉술한 질문만 하고 있는 게 보이면 ‘아, 이 면접은 실패했구나’ 싶은 감이 오고, 거의 대부분 결과는 예상한 대로 흘러간다.
직책에 대한 이해
의외로, 면접관이 뽑아야 하는 직책에 대한 이해가 된 상태인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뽑으려는 사람이 구체적으로 팀이나 회사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설정이 안되어 있는 인상을 받는 면접이 다수 있었다.
내가 면접관일 때에도 저런 경우가 왕왕 있었는데, 이건 신입 PM 을 뽑을 때 자주 발생하는 문제였다. 신입 개발 PM의 역량 기대치나, 업무에 대해 매번 다시 정하곤 하지만, 어떠한 기대를 하고 뽑은 사람이 실제 업무에서 해당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보니, 목표를 자주 수정해서 발생하는 문제라 생각한다. 이건 업무에 대해 좀 더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못한 내 잘못이 크다.
서로의 성향을 알아보는 자리
면접은 서로의 성향을 알아보는 자리라고 하지만, 실제로 면접을 통해 성향을 판별하고 회사 조직 문화에 어울리는 사람인지를 확인하는 건 거의 불가능 하다는 생각이다. 큰 부분에 있어서 이 사람이 나와 비슷한 사고 방식이나 업무에 대한 관념을 가지고 있는지 정도를 파악하면 다행인거고, 경험 상 거의 대부분은 면접 때와 실제 업무를 할 때 이미지에 대한 오차가 상당히 큰 편이었다.
면접 대신 수습 기간 동안의 서로 간의 테스트를 하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보지만, 이건 노동 문제라던가 여러 이슈들이 겹쳐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조심스러운 편이다 – 개인적으로, 안정적인 수입이 필요한 상황에서 수습 이후에 탈락할 가능성이 높은 자리에 내가 지원하고 싶어할 것 같진 않다.
화상 면접
화상 면접은 극단적으로 피면접자에게 불리한 환경이라 생각된다. 대면 면접에 비해 피면접자의 표정, 행동, 눈짓 등을 보고 어떤 상태인지 면접관이 파악하기 쉬운데다, 보통의 경우 시선이 카메라가 아닌 모니터에 가 있기 때문에 시선 처리를 엄하게 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물론 대면 면접이라고 해서 좋은 것만 있느냐 하면 그건 아니기 때문에 어떤것이 더 좋다. 라고 이야기 하기는 어렵다.
주로하는 질문과 좋았던 질문
내가 면접관으로서 피면접자에게 하는 꼭 하는 질문 중 하나는 게임 제작에 진지하게 뜻을 가지고 있느냐 부분을 알 수 있는 질문들이다. 게임 기획자라면 당연할 수 있지만, 개발 PM 으로서는 좀 과한 질문일 수도 있는데, “진짜로 게임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직책에 관계 없이 일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겠느냐” 같은 미신 같은 기대에 의거한 질문이다.
- 어떤 게임을 좋아하는가?
- 평생의 목표로 제작하고 싶은 게임이 있는가?
- 왜 그 게임을 만들고 싶은가?
위 질문에 대해 막연하든, 구체적이든 상관 없이 진지하게 대답을 할 수 있다면 일단 오케이 하는 편.
반대로 내가 피면접자로서 좋았던 질문은 다름 아닌, 회사가 원하는 직책과 업무에 대해 설명을 하고 이에 적합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는지, 어떤 식으로 해당 업무를 맡아서 진행할지를 물어보는 질문이었다. 해당 질문에 대한 답변을 잘하고 잘 못하고를 떠나서, 스스로도 그 직책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되면서 할 수 있는 것 / 할 수 없는 것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답을 할 수 있었던 게 좋았다. 꽤 구체적이고 시시콜콜하게 답을 한 기억이 나는데, 결과와 상관 없이 실제 나를 뽑아도 되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자료를 주고 싶다는 생각이 무럭무럭 나는 면접이었다.
그리고 이런 경험을 한 이후, 경력 면접을 진행 할 때, 위와 같은 질문을 던지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