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위에서도 어차피 이 일정에 이 스팩이 실현 안되는 건 잘 알고 있어. 하지만 이렇게 계획을 잡아야 그나마 실제 목표에 근접하게 실현 할 수 있다니깐”
이런 공갈 일정으로 프로젝트 진행 구성원들을 닥달하는 이야기는 아직까지도 주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실제로 효과를 봤다는 간증(?)까지 끊이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탓이리라.
사실 어느 정도 현재 상황보다 상향된 목표를 잡는 것은 그리 나쁜 일은 아니다. 목표는 크고 높게 잡을 수록 좋다는 이야기와도 뜻이 통한다. 개인 혹은 팀에 도전과제를 주고 의욕을 상승시키는 효과는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공갈 일정은 매우 잦은 사고를 일으킨다. 팀의 역량이나 프로젝트의 난이도와 같은 프로젝트 진행 환경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없이 무조건 공갈부터 치는 경우다. 어딜봐도 도달하기 어려운 목표와 일정을 제시하고 팀을 다그친다. 프로젝트 구성원들은 어쨌든 위에서 떨어진 지시이기 때문에 몸과 마음을 말 그대로 갈아가며 일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 가능한 역량의 200%를 목표로 하면 100% 달성을 하겠지라고 생각하며 공갈을 치겠지만, 실제로 도달하는 것은 사실 50% 도 안된다.
공갈 일정이 실패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촉박한 일정과 과도한 목표로 인해 발생하는 기술 부채 현상 때문이다. 프로젝트는 어디까지나 목표한 기능을 “돌아가는 것 처럼 보이게” 만드는데 집중하게 된다. 팀원 간 협업 프로세스는 엉망이 되고, 척수 반사적으로 들어오는 일을 처리한다. (운이 좋아) 일이 마무리 되어도 제품 품질은 당연히 엉망이거나, (제대로 된 QA, QC를 거칠 시간이 있었을리 만무하므로) 품질 이슈라는 핵폭탄이 불발탄 상태로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 있는 것 뿐이다.
공갈 일정은 프로젝트의 핵심 문제를 몽땅 가려버리기도 한다. 프로젝트의 구현에 집중한 나머지 프로젝트가 추구해야 할 진짜 방향, 목표에 대해 고민할 시간을 프로젝트 참여 구성원으로 부터 빼앗아 버린다. 그렇게 만들어진 제품이 어떠한 철학이나 고찰 없이 그저 쓰레기에 가까운 결과물이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프로젝트 관리자 / 소유자라면 공갈 일정과 목표는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100%를 달성하고 싶다면 200% 의 목표를 잡는 것이 아니라 110% 만 설정하자. 아니 가장 좋은 것은 팀의 역량과 프로젝트 목표의 난이도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제대로 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가장 좋다 – 물론 그 전에 프로젝트 팀의 100% 가 어디인지도 모른다면… 그런 기본도 안 된 팀은 애초에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