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 : 봉준호
- 출연 : 송강호, 변희봉, 박해일, 배두나, 고아성
- 오리 CGV 11 5관에서 관람 (O열 18번 2회 10:10 2006. 07. 29.)
외국에서 막 돌아온 동생을 데리고 극장으로 향할때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지나치게 헐리우드의 괴물 영화들의 전형을 기대하고 있었던것 같다. 어딘가 이가 빠져있는 듯한 첫 화면부터, 사실 그렇게 맘에 들었던 것은 아니었다. ‘괴물’의 탄생 배경이 되는 2000년의 용산 미군기지 포름알데히드 방류 장면부터 좀 심하게 작위적인게 아닌가 싶었던 것(분명히 실제했었던 사건이었기 때문에 더욱더 작위적이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불안한 느낌은 타이틀이 뜰 때 까지 계속되었고, 나는 초반부터 불편한 심기에 좌석에서 몸을 비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뿐이었다.
한강에 괴물이 나타났다는 설정은 관객들에게 묘한 기대감-고어한 장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진압반, 화려한 액션 등-을 주는것도 사실이었지만, 영화는 그것을 멋지게 비틀어버렸다. 괴물에게 납치된 귀여운 딸아이를 구출하기 위한 젊은날의 실수를 한탄하기만 하는 노년의 할아버지와 한심한 아빠와 삼촌, 그나마 바르게 살아온 고모의 노력은 계속해서 물거품이 되어버린다. 거기에 더해 개인이나 가족이 위기에 처했을때 그들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다고 큰소리 치며 장담하던 사회 시스템은 되려 그 가족들을 방해하거나, 그들을 해할 뿐이다. ‘유사시의 완벽’을 주장하는 사회 시스템에 대한 냉소는 이 영화의 전반적인 기류이며, 영화는 그것을 적절한 포인트에 포착해내곤 한다-정말 ‘멋지다’라고 밖에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감독의 시선은 냉정하기만 하다.
비교를 해선 안되겠지만 보는 내내 War of the worlds가 생각 날 수 밖에 없었던건 두 영화 모두 ‘곤경에 처한 가족의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멋지기만 했던 Tom Cruise 보다, 최후의 순간 빛났던 변희봉의 눈빛, 박해일의 분노, 배두나의 냉정, 그리고 송강호의 절규가 더 공감이 갈 수 밖에 없었던 것을 보면 정서란건 역시 무시 못할것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