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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시그마는 품질 관리 기법 중 하나로, 단순하게 이야기 하자면 100만개 생산품 중 불량 제품을 3.4개만 만들 것을 목표로 하는 품질 관리 기법이다(통계 용어로 시그마는 표준편차를 의미한다).

원래 모토롤라에서 처음 시작했고, 이후 GE 등 미국의 제조업 기업 중심으로 유행하다가 국내에서도 대기업 및 공기업 중심으로 한 때 붐이 불었었다. 원래 여기까지가 대학 전공 수업때 들었던 것. 군대에서 이 단어를 듣게 될 줄은 당연히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임관 후 발령 받은 근무지는 전투비행단의 전투비행대대였고, 보직 역시 인사행정 참모였으니깐. 물론 대대 인사 및 행정 업무 이외에 온갖 잡다한 일을 맡고는 있었지만 생산 품질을 관리한다는 건 업무 목록에 들어가 있지 않았다. 아니 전투 비행 조종사들과 전투기로 뭘 생산을 합니까. 적을 때려부수면 모를까.

파괴한다.

그래서 새로 부임한 비행단장으로 부터 각 대대 단위로 6 시그마 기법을 적용하고 적용 결과를 보고하라고 했을 때 ‘네? 뭐라고요?’ 라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 ‘에이, 그래도 품질 관리 기법이니깐 정비 부서나 적용하겠지’ 라고 낙관했는데, 정신차려보니 낡은 소강당에 비행단 모든 대대 담당자들(물론 주로 인사행정 참모들)이 모여 6시그마 스터디를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교육이라고 해봐야 전문 강사가 있던것도 아니고, 출장으로 몇 일간 6 시그마 관련 특강을 듣고 온 인원 몇 명이 기본 개념 및 프로세스를 공유하는 수준이었는데, 스터디가 끝난 후 단장 지시로 교육에 참여한 인원에게 정식 인사명령(…)이 나가는 일 까지 벌어지고 있었으니 어쨌든 능력과 별개로 진지하긴 했다. 내 경우는 그래도 “못 할 건 없다.” 정도였는데, 어쨌든 관련 지식이 아에 없었던 것도 아니고, 6시그마 수행에 필요한 통계학 지식과 통계 패키지 사용법에 대해 학사 교육 받던 시절에 익혔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대체 전투비행대대는 무엇을 생산하기 위해 모여있는 조직인가? 라는 다소 철학적인 질문에 봉착하게 된 것.

서비스 역시 재화와 마찬가지로 생산의 영역에 들어가는 것이긴 한데, 알다시피 군의 서비스란 건 비상시에나 그 효용이 측정되는 것. “6 시그마를 위해 전쟁이라도 일으킬까요? 하하하” 같은 헛소리를 하다가 결국 전투 조종 기량 향상을 목표로 6 시그마 적용 프로세스를 가동했다.

KF-5E/F 제공호 시제 1호기. 라고. (출처 링크)

당시 부대의 주기종은 F-5E 타이거 II 와 KF-5E/F 제공호. 알만한 사람들은 똥파이브로 부르곤 했는데, 이 기체의 첫 모델이 1959년에 만들어졌던 매우 오래된 기종이었기 때문. 현대적인 전자 장비는 눈 씻고 찾아 볼 수 없다. 전자 장비에 진공관을 썼으니 말 다한 수준이었고, 심지어 변변한 항법 장치가 없어서 휴대용 GPS를 들고 탈 정도였으니.

어쨌든 전투기이니 만큼 공대지(공중에서 지상으로) 공격 임무도 있었는데, 이게 기체 수준이 수준인 만큼 정밀 유도 폭격 같은건 꿈도 못꾸는 상황이었다(듣기론 지금은 개량을 거쳐 유도 폭탄 사용이 가능해졌다고는 한다). 말 그대로 조종사의 기량에 모든걸 걸고 표적을 맞춰야 했던 것.

대략적으로 이런거다.

여튼 그러다보니 공대지 사격 점수는 당연히 최신 기체(F-4D 포함, F-16, F-15 같은)를 사용하는 부대에 비해 현저하게 밀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새로운 객관적인 지표를 만드는게 불가능했기 때문에, 결국 공대지 사격 점수를 6 시그마 수준으로 적용한다는 목표가 나왔다.

결과를 먼저 이야기 하자면, 일단 공대지 사격 기량의 6 시그마는 도달하지 못했다. 분석에 의하면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해결되어야 할 가장 큰 문제는 변변한 조준 유도 장치 없는 낡은 기체대신 새 기체를 도입해야 하는 것이었는데, 그런게 가능할리가. …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대의 공대지 사격 성적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으로 상승했다. 브리핑 절차를 개선하고, 자료를 최신으로 갱신하는 등 여러 조치를 취한 결과였다.

6 시그마를 도입하면서 “닭잡는데 소 잡는 칼을 이용한다”는 느낌이 계속 들었는데, 그건 맞았다. 개선 목표가 있다면 그걸 개선할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꼭 특정 기법을 사용해야 하는 건 아니다. 사실 위의 개선과 성적 향상은 6 시그마 기법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개선 가능한 문제였다. 6 시그마를 제대로 도입하기에는 조직과 문제의 사이즈가 너무 작았다.

하지만, 6 시그마 도입 지시로 인해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던 듯 하다. 직접 당사자는 아니었지만, 그 이전에도 개선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는 걸 몇 번 목격했을 때는 좀 하긴 해야 하는데… 같은 분위기였달까. 6 시그마 강제 도입으로 인해 어쨌든 그 분위기가 타파된 걸 느꼈는데 도입 시도 자체는 충분히 가치있지 않았나 한다.

결론은 이런거다. 1. 자의든 타의든 문제 의식을 가지고 해결하려 시도하는게 중요하다. 2. 기법을 선택 할 때는 유행이 아니라 해결하려는 문제의 유형에 적합한지를 우선해야 한다. 3. 방법론을 경전으로 숭배하지 말고, 필요한 것은 취하고, 필요 없는 것은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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