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환우 돕기 제 22회 자선 음악회 ‘그대 있음에’
- 2004년 5월 16일(일) 오후 4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프로그램 :
– 디즈니 메들리(나오히로 이와이 편), 샤브레 댄스(하차투리안)
– 카로스 타악 앙상블 윌리엄텔 서곡(롯시니)
– 프라임 필 하모닉 오케스트라 그대 있음에(김순애 곡), 방금들린 그대 음성(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중)
– 소프라노 박정원 무정한 마음(카르딜로 곡), 페데리코의 탄식(오페라 ‘랄레르지아나’ 중)
– 테너 김영환 팬트럼(씨올라), 외로운 양치기(제임스 라스트), 조깅(글라시오 킬라)
– 시링크스 팬 플롯 합주단 뱃노래(조두남 곡), 프롤로그(오페라 ‘팔리아치’중)
– 바리톤 김동규 찔레꽃, 동백아가씨
– 장사익 뮤지컬 하이라이트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하이라이트
– 프라임 필 하모닉 오케스트라 칸쵸네 메들리(마띠나타, 오 솔레미오, 푸니쿨리 푸니쿨라)
– 소프라노 박정원, 테너 김영환, 바리톤 김동규 사랑으로
– 전원 합창
세상이 그렇게 논리대로라든지, 내가 생각한 바 대로 돌아간다고 한다면 아마도 오늘 이 공연은 나 보다는 아마 다른 사람이 내가 앉아있던 자리에 앉아서 공연을 관람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 공연은 나에게 그다지 어울릴법하지 않은 삼박자(종교, 클래식 라이브, 자선 : *주)를 두루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크게 끌리지도 않았을 뿐더러, 적극적으로 이를 관람해야 되겠다는 동기 마저도 그다지 없는 수준이었다. 다만, 결과론적으로 이 공연을 본 것은 어디까지나 경제 관념 투철하신 우리 어머니의 협박-‘자선공연이기 때문에 예약한 표는 물릴수 없다’라는 애매한 경제적 논리를 펼치셨다.-에 못 이겨 말 그대로 질질 끌려갔던 것.
덕분에 기대는 커녕 애시당초 그다지 즐겁지는 않을것이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해서인지, 공연은 의외로 꽤 좋았다. 사실상 내 돈 한푼 들이지 않았으니까 자선 공연이라는 타이틀에 동참하기에는 참 많이 무색하긴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공연은 종교색도 없었고, 클래식이라고 해도 익숙한 곡들이었다는 것이 (적어도 나에게는) 플러스로 작용했던 것이다.
하나하나의 연주, 노래들이 다 좋았지만, 무엇보다 가장 강한 인상을 받았던 것은 바리톤 김동규씨와 장사익씨의 노래. 두 사람만이 관객의 열화와 같은 앵콜 요청을 받았을 만큼 무대를 휘어잡는 능력이 대단했다. 특히나 김동규님은 TV에서만 장난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듯 했었는데, 이번에 보니 거의 ‘무대의 악동’ 수준. (…) 저렇게 즐겁게 성악을 하는 사람을 본 것은 거의 처음이었는지라, 나름대로는 쇼크였다(웃음).
다음번에는 클래식 공연을 한번 가 보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 생겼을 정도로, 강제적이었던 시작에 비해서 꽤나 즐거웠던 공연이었던 듯. 세시간이 넘는 꽤 장시간의 공연이었다는 점은 좀 (육체적으로) 무리였던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