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 예전부터 이 홈페이지를 봐 왔던 극소수의 사람들이라면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원래 이곳은 php을 이용한 조잡한 자작 홈페이지로 시작되었었다. 이러 저러한 사정과 귀찮음이 겹쳐 관리가 소홀해진 시점에 나에게는 구세주 처럼 등장한 태터툴즈를 접하고 본격적으로 블로그 활동을 시작했다.
태터툴즈가 텍스트 큐브가 되고, 결국 구글에 흡수되는 동안 나 역시 이러 저러한 활동을 핑계 삼아 홈페이지 관리를 소홀히 했고, 사실상 별 다른 업데이트 없이 수년 간 방치 되었었다.
시간이 흐르고, 다시 홈페이지를 열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더 이상 유지보수가 되지 않는 텍스트 큐브(이하 텍큐)는 버릴 수 밖에 없었고, 이 때 워드프레스(WordPress)를 선택 한 것은 당연한 일로 여겨졌다. 문제는 기존 텍큐에 있던 데이터를 어떻게 옮겨오는가? 였는데, 다행이도 텍큐 → 워드프레스를 이전하는 툴이 공개되어 있었… 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당시에는 바로 이전을 하지 않았었다.
그리고 또 수년이 지난 2019년의 어느날. 문득 이전 텍큐에서 작업했던 글들을 워드프레스로 옮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장대한 텍스트 큐브 복구 삽질이 시작 되었다.
시도 1. 텍큐 → 워드프레스 이전 툴 사용
첫 시도는 당연히 가장 빠르고 간결하게 끝나는 수단인 이전 툴을 이용한 복구를 택했다(물론 소제목에서 쉽게 유추 할 수 있듯, 가장 빠르고 간결한 방법은 실패했다).
문제의 원인은 텍큐의 마지막 안정 버전이 나온게 2016년. 이전 툴의 최신 업데이트 버전이 2011년. 지금의 워드프레스 버전의 앞자리가 세번이 바뀌었을 만큼의 시간이 흐른 뒤라, 최신 버전에서의 동작을 보장하지 못했다. 불안한 예상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내 손에서 해결 불가능한 에러를 내뿜으며 이전을 거부하는 바람에 시도 1. 은 가장 빠르고 간결하게 버려졌다.
시도 2. Backup DB 복구 및 수동 이전
대안으로 찾은 방법은 백업 된 DB를 복구해 텍스트만 살린 후, 순차적으로 글을 하나 씩 수동으로 옮겨오는 방법이었다. 손이 많이 가고 귀찮은 방법이었지만, 어차피 블로그 글의 대다수는 어떻게 보면 버려져도 그만인 짧은 내용의 영화 감상들이었고, 살리고 싶은 큰 내용들은 많지 않으니깐 괜찮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이 방법도 깔끔하게 실패를 했는데, 백업 된 SQL 쿼리가 에러를 내 뿜는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시도 3. 에서 대충 짐작으로 파악한 것이지만, 최신 버전의 PHP, MySQL, phpMyAdmin에서 시간이 한참 흐른 구 버전의 SQL 백업을 처리 할 때의 문제로 생각된다. 어쨌든 전문가도 아닌 내가 구글 검색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웠고, 결국 시도 3. 으로 넘어갔다.
시도 3. 가상 서버에 텍스트큐브 설치 및 Backup 복구
어차피 SQL에서 텍스트만 살려 복사해 넣는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는 판단도 있었기 때문에, 아에 텍스트큐브를 가상 서버에 설치. 복구를 해버리자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을 먼저 이야기 하자면 세 번째 시도는 (일부의) 성공을 거두긴 했는데, 문제는 이 과정도 그렇게 순탄하진 않았다는 것.
가상 서버를 생성하고 최신버전의 우분투 서버를 설치 한 것 까지는 순탄했다. 그간 사용하지 않았던 VirtualBox의 네트워크 접근 방법이 바뀌어서 적응하는데 애를 먹긴 했지만, 금방 해결했다. apt로 Apache2, MariaDB, php를 설치하고 텍스트큐브 최신 버전을 받아 설치를 시작하는데까진 30분도 채 안걸렸다. 하지만…
텍스트 큐브 최신 버전이 php 페이탈 에러를 뿜는다.
원인은 php5 로 만들어진 텍스트큐브가 서버에 설치 한 php7과 충돌을 일으킨 것. 이걸 해결하기 위해서 php를 구버전으로 롤백을 하려는 데 실패. 서버를 다시 깔고 구버전을 깔려는데 실패. php5의 소스를 받아서 컴파일을 하는데 실패. 이것도 실패. 저것도 실패. 실패의 연속에 지친 나머지 ‘아, 몰라 그냥 포기하자’라는 생각이 들 때 쯤, 한참 오래 전에 만들어 뒀던 개발용 가상 서버 머신이 눈에 들어왔다.
결국 옛 가상 머신에 옛 텍스트큐브를 설치하고, DB를 복구하고, 설정을 복구한 끝에 옛 블로그 글 복구 완료. 그리고 어떤 글을 먼저 복구를 할까하고 찬찬히 검토를 시작했다.
……
그리고 새로운 문제(?)가 생겼는데,
과연 옛 글을 다시 올리는게 잘하는 짓인걸까? (……)
여담 – 결국 백업에 문제가 있어서 가장 최근의 4년 정도의 글은 복구가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