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원 리브스 포에버 No One Lives Forever

제작 : 폭스 인터렉티브/모노리스/리스텍
유통 : EA Korea(국내 유통)
장르 : FPS

극단적으로 전제를 하자면 실상 필자는 1인칭 액션 게임 장르를 지극히 싫어한다. 3D 멀미 증세를 호소해서도 아니고, 액션 게임 치라서 그런것도 아니다. 단지 눈 앞에 적이 갑작스럽게 나타날때 자주 놀라기 때문이다(…).

그런 마당에 필자는 이번에 두 개의 게임을 거의 충동적으로 구입해 버렸다-그것도 둘 다 3D 액션으로-하나는 다음 리뷰(언제일지는 모르지만)에 소개하게 될 American McGee’s Alice와 함께, 지금 리뷰 하게 될 No One Lives Forever(이하 NOLF)가 그것이다. 둘 다 전형적인 3D 액션(Alice의 경우 3인칭) 게임으로 위에서 말한 대로라면 분명하게 필자가 싫어해야 할 만한 게임들이다.

하지만, 창세기전도, 악튜러스도 어떻게든(…) 엔딩을 본 다음에 리뷰를 쓴다고 하는 방침에 따라서 이번에도 엔딩을 보고야 말았다. 100% 완전한 노 치트에 노 에딧으로. …

– 007 007 007 007 00…

이곳 저곳에서 NOLF의 리뷰 기사를 본 사람들은 지겨울지도 모르겠지만, 필자 역시 전혀 독창적이지 못한 칭찬을 한번 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게임의 배경은 아직 동서 냉전이 걷히지 않은-오히려 한참 서로간에 불 붙고 있을 때인-1960년대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인 Cate Archer는 영국의 스파이 조직인 UNITY(물론 가상이다)의 요원으로써 UNITY를 분쇄하고자 하는 테러리스트 단체인 H.A.R.M.을 상대로 한 여러가지 첩보 활동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NOLF의 스토리 플롯은 사실상 대표적인 스파이 영화라 할 수 있는 007의 그것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Cate는 육지, 하늘, 바다, 우주를 가리지 않으며 전천후 액션을 펼쳐주며, 등장하는 무기들 역시 재미있는 소재의 것들이 대단히 많다.

스토리 중간 중간에 스파이 영화들의 코드를 곳곳에 숨겨놓은 것은 또 다른 재미라고 할 수 있다. 지령을 받기 위해 지정된 부스의 공중 전화를 받아야 한다던가, 여관에서 몰래 다른 요원가 접선을 한다던가-결국 적들에게 발각 당하여 야반 도주를 해야 한다-하는 것들은 스파이 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친숙하게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 적절한 선택권. 잠입이냐? 액션이냐?

스파이 액션의 특성상, 게임은 자칫 잘못하면 무조건 숨기 바쁘거나, 또는 무차별 살상을 하거나 하는 두가지 부류로 나뉘어 질 수 있을 것이다. NOLF는 기본적으로 메탈기어 솔리드와 같은 잠입을 주로 행해야 하는 면이 많은편이다.

하지만 잠입의 특성으로 인한 액션의 감소 같은건 도저히 찾아 볼 수 없다. 대다수의 미션들이 ‘들키지 말아’를 강요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자신의 성격상 쪼잔하게 숨어 들어가는게 맞지 않는다면 총 한자루 굳게 쥐고 ‘돌격 앞으로’를 해도 상관은 없다-물론 권총 한 자루로 무모하게 돌진하는건 죽음을 의미하긴 하지만-필자의 경우에는 카메라 등에 걸리는 즉시 무모하게 돌격하는 전법을 쓰곤 했다.

액션은 적절한 퍼즐이 가미되어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처음으로 마주치게 되는 보스전에서는 보스에게 총알 세례만을 퍼 붓는다고 해서 클리어 할 수는 없다.

일단은 조용 조용히 움직여야 하는 스파이의 특성상(…) 게임 시스템은 효과적인 잠입을 위한 여러 장치들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나 ‘소리’에 대한 지원은 뛰어난 편으로, 단순한 발자욱 소리를 비롯, 심지어 각 적들이 보초를 서면서 서로간에 나누는 잡담들까지 벽 너머로 들려오기도 한다. 게이머 역시 동전 등을 이용하거나 문 여닫는 소리 등을 이용하여 적을 유인 할 수 있다.

– 뛰어난 게임성, 그리고

NOLF는 대단히 뛰어난 게임성을 보여주고 있다. 각 레벨별 스토리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다양한 아이템들을 이용한 여러가지 방법을 시험 해 볼 수 있다. AI 또한 요즈음-멀티 플레이 경향-의 게임들에 비한다면 나은 수준이며, 시기 적절한 위트 있는 대사들은 게이머를 즐겁게 만들어 준다. 등장 지역인 모로코, 독일, 카라비안과 알프스는, 그 분위기를 묘사하는데 충실한 면을 보여주고 있다. 게이머는 실제의-좀 황당한 분위기이긴 하지만-60년대 스파이가 된 것 같은 착각을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도 몇 가지 눈에 띈다. 일단, 국내 발매상의 문제인데, 유통사인 EA Korea에서는 패키지의 한글화를 전혀 하지 않은 상태에서 소량적으로 Asia Sale 버전으로 풀고 있다. 패키지는 시디와 간단한 가이드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나마 가이드는 영문으로, 전혀 번역 되어있지 않다. 프로그램은 비 영어권 윈도우에서 키 셋팅 관련 문제를 일으키며 이것은 유럽의 몇개 국 언어만 패칭이 되어 있을 뿐, 한글 윈도우에서는 100% 문제를 일으키며 지금 리뷰를 쓰는 이 시점까지 패칭이 되어있질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통신상에서 NOLF의 환경 설정 화일을 개별적으로 만져 수정한 패치가 있긴 하나, 근본적인 해결은 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건 문제점이라고 하기 보다는, 기술적인 문제이긴 하지만, 리스텍 엔진은 우리가 늘상 봐 오던 경이의 엔진들과 비교를 했을때 여러 면에서 뒷심이 부족한 면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엔진 자체의 성능은 그렇게 뛰어난 편은 아니기 때문에, 그래픽을 중시하는 게이머라면 짐짓 실망 할지도 모르겠다-하지만 게임의 재미는 그래픽을 따지는 것이 아니다. (!)

NOLF는 멀티 플레이 게임을 지원한다. 최대 16인 까지 지원되며, 이것은 개별적인 서버의 능력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멀티 플레이는 여러 스킨을 지원하며, 별도로 공개중인 맵 에디터 등을 이용하여 맵을 제작 할 수 있다.

60년대 스파이 영화를 좋아하고, 특히 007의 팬이라면 한번 즈음 즐겨 볼만한 게임일 것이다. 싱글 플레이 게임에 목마른 사람들 역시 이 게임을 꼭 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