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드 포 스피드: 언더그라운드 Need for Speed : Underground

  • 제작 : EA Games
  • 유통 : EA Korea (한국 발매판)
  • 장르 : 레이싱
  • 리뷰 타이틀 버전 : Windows PC 한국 발매판/한글판(Ver 1.03)

남자가 자동차를 좋아하는 것은 자동차의 내부가 마치 어머니의 자궁과 비슷한 안락함을 주기 때문이라고 어느 신경정신과 의사가 하는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다. 하지만 적어도 레이싱을 즐기는 남자들이 자동차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런 정신 분석학적인 이유가 아닌 다른곳에 있을 듯 싶다. 그들은 차량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안락한 시트도 뜯어내버리고 앙상한 철골 구조만 남겨놓을 그런 부류의 인간들이니까-비단 남성 레이서만의 이야기는 물론 아니다.

니드 포 스피드(이하 NFS) : 언더그라운드(이하 언더그라운드)는 시리즈 최초로 도심 레이싱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 그간의 시리즈들이 운치있는 자연을 배경으로 초호화의 스포츠카들이 등장하여 트렉을 질주하는 방식이었다면, 이번 언더그라운드에서는 도심을 운행하는 일반 차량 사이를 비집고 아슬아슬하게 회피하면서 거리를 질주하는 것이 기본 모토가 되었다고 보면 된다.

게임은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매일 밤 스트리트 레이싱을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종의 스토리 모드라고 할 수 있는 언더그라운드 모드에서 게이머는 자신의 승리를 발판으로 차량을 개조하고, 새로운 차량을 구입하며, 차의 외관을 바꿀 수 있다. 언더그라운드 모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돈’과 ‘명성’으로 부품 구입 및 차량 구입에 있어서 ‘돈’은 필수적이며, 명성치가 높지 않으면 일정 레벨의 부품을 구입하지 못한다던가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획득을 해 줄 필요가 있다. 이러한 돈은 각각의 레이싱에서의 우승으로, 명성은 도심을 질주하면서의 화려한 트릭-드리프트, 파워쉬프트, 360도 터닝, 니어 미스(Near miss – 일반 차량을 아슬아슬 하게 스치는 것) 등-으로써 취득 할 수 있다.

언더그라운드 모드는 총 112개의 라운드로 구성되어있다(게임에는 111개로 나오지만 최종 라운드가 하나 더 나온다). 사실상 같은 트랙이 반복해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지루한 감이 없지 않지만, 경악의 스케일을 자랑하는 그란투리스모 시리즈와 비교한다면 그나마 적정한 숫자로 볼 수 있다. 중간 중간 동영상으로 처리된 컷신들이 등장하여 스토리의 몰입감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으나, 전반적으로는 ‘스토리 모드’라고 하기에는 좀 빈약한 몰입감을 보여주는 것이 사실이다. 언더그라운드에 등장하는 경쟁자들의 레이싱 특성 등이 없는 점 역시 이러한 몰입감 감소에 영향을 미치는 듯 보인다.

이 게임에 등장하는 레이싱 경기는 총 6종류이다. 서킷, 드리프트, 드래그, 스플린트, 랩 넉아웃의 다섯가지 종류와 언더그라운드 모드에서 등장하는 토너먼트가 그것이다. 일단 토너먼트는 다섯 레이싱 타입의 연속경기(예를 들자면 서킷 3연전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서킷은 가장 일반적인 레이싱 형태로 일정한 트렉을 지정한 랩(Lap)만큼 먼저 도는 쪽이 승리하는 방식이며, 드리프트는 일정한 드리프트 트랙에서 가장 높은 스타일 점수를 획득한 사람이 승리, 드래그 레이싱은 혼잡한 직선 주로를 무조건 가속 패달만 밟아서 사고 없이 안전하게 골인 지점까지 가장 빠르게 통과하는 레이싱이다. 스플린트 레이싱은 일정한 구획을 먼저 도달하는 사람이 승리하는 레이싱이며, 랩 넉아웃의 경우 기본적으로 서킷과 동일하지만 1랩이 끝날 때 마다 그 랩의 꼴지가 탈락(Knockout)하는 방식의 경기이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드래그 레이싱으로 언더그라운드의 경이적인 속도감을 가장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모드라 할 수 있다. 드래그 레이싱에서의 잠깐의 방심은 얌전히 길을 지나고 있는 일반 차량과의 추돌, 엔진 폭발, 공사 블럭에의 충돌 등의 불상사가 발생하기 때문에 긴장은 다른 레이싱에 비해서 배가 된다.

언더그라운드의 최대 장점은 가공할만한 속도감이다. 특히 카메라 시점을 범퍼 카메라로 세팅하고 도시를 250Km/h가 넘나드는 속도로 질주를 할때의 그 짜릿한 감각은 역대 시리즈 중 최고라고 할 수 있다. 그래픽 옵션을 모두 켰을 경우 도시의 화려한 조명 효과와 더불어 진짜 도심을 질주하는 듯한 느낌을 정확하게 전달해 주고 있다는 것도 실로 ‘대단하다’라고 표현 할 수 밖에 없는 부분. 3D 폴리곤으로 처리된 관중의 모습이나 도심의 간판등은 화려하게 묘사되어 있기 때문에 천천히 도심을 달리며 구경하는 것 만으로도 얼을 빼 놓기 충분한 게임이다.

언더그라운드의 화려한 그래픽 효과는 아이러니하게도 게임의 난이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개인적인 문제일지도 모르겠지만, 가공할 속도감과 더불어 라이트 잔상효과와 속도가 높아질수록 시야가 그래픽적으로 좁아지는 모션 블러 효과는 차량의 속도가 230이 넘어가는 시점에서는 게이머에게 엄청난 반사신경을 요하게 된다. 속도감만으로도 시야가 극단적으로 좁아지는 마당에 게임의 옵션은 그래픽 표현 자체에서 시야를 점점 좁혀온다(가장자리가 극심하게 어둡게 처리되며, 가속도에 따라서 그 영역이 점점 넓어진다). 낮은 레벨의 니트로를 장착할 경우에 니트로를 사용하게 되면 아에 모든 배경이 검게 처리되는 등의 어찌보면 극악한 그래픽 처리는 결국 난이도를 위해 그래픽 옵션을 조절해야 되는 상황을 만들어버린 것이다-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는 그랬다는 것이다.

몇가지 단점을 더 지적하자면, 언더그라운드 모드에서의 토너먼트 모드시에 다음 트랙에 대한 정보가 아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먼저 꼽을 수 있다. 최소한 로딩화면에서 정도는 다음 트랙에 대한 정보를 표시해주는게 좋지 않았나 하는 제작자의 배려에 아쉬움이 있다. 또한 온라인 매치에서 차량의 성능이 고려되지 않는 매칭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다 보여진다. 비랭킹 모드에서 그런 상황은 그리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문제는 랭킹 점수가 왔다갔다 하는 랭킹 모드에서도 여전히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노멀 옵션의 혼다 Civic과 풀 옵션의 마즈다 MX-7이 동등하게 경기를 한다는 상황이 온라인 모드에서는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한국 발매판으로는 국내 서버 이외의 서버를 접속하지 못한다는 점도 꽤나 야속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매번 접속할 때 마다 10여명도 안되는 접속자들 사이에서 무슨 온라인 레이싱을 한단 말인가.? 차종 역시 말을 해야 할 듯 한데, 언더그라운드에 등장하는 차종의 폭은 최근의 레이싱 게임들에 비해 빈약한 편이다. 비록 국산차인 현대의 투스카니가 등장한다고 하지만, 단지 그정도의 로컬라이제이션 가지고는 턱없이 부족한 차종을 체우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기본적으로 NFS 시리즈가 액션성이 강한 레이싱 게임이라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언더그라운드는 NFS 시리즈의 색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낸 듯 싶다. 몇몇 아쉬운 부분들이 눈에 띄긴 하지만, 언더그라운드의 게임성을 해치는 정도의 것은 아니며 단지 제작사의 배려상의 문제일 뿐이다. 그런 사소한 불편을 감소하더라도 언더그라운드의 심야의 도심 레이싱은 충분히 매력적이며 또한 환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