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OD (Netflix)
- 2021. 12. 26.
지구를 직격해 인류를 멸망시킬 혜성이 발견 됩니다. 이걸 발견한 과학자들은 정부 기관에 사실을 통보하고 정부의 지침을 기다립니다. 그런데 대법관 임명 스캔들이 터져 지지율이 급락중인 대통령과 참모들은 상황을 잠시 기다려보자고 합니다. “지구가 망할 거란 이야기”를 미국 대통령이 대체 얼마나 자주 듣는지 아느냐면서 말이죠. 그렇게 익숙해 보이는 상황과 함께 인류는 점차 멸망을 향해 나아갑니다.
거대 혜성의 충돌이라는 임팩트 있는 소재를 가져다 왔을 뿐, 이 영화는 트럼프 체제 하의 미국 – 그리고 네셔널리즘에 빠진 전세계의 정치 권력에 대해 시종일관 비웃고 있습니다. 존경스러운 배우인 메릴 스트립이 연기한 미 대통령은 누가 보더라도 도널드 트럼프와 세라 페일린을 뒤섞어 놓은 캐릭터이지요. 헐리우드의 구체제에 대한 비웃기가 하루 이틀이었겠습니까만, 사실 이건 딱히 픽션도 아닙니다. 코로나 사태 발생 당시의 미국의 난장판은 영화에서 그려지는 갖가지 에피소드와 일치합니다(그냥 혜성을 코로나로 대치해 보면 될 정도이지요).
공화당 까기에 열심이어서 어쩌면 특별함이 없어 보이는 이 영화에서 특기할 만한 점은 더 이상 헐리우드에서 실리콘 밸리의 첨단 기업들을 쿨 하거나 진보적으로 그리지 않는다는 점 입니다. 오히려 낡은 정부와 체제에 결탁해 돈만 밝히는 악당으로 나오고 있지요. 거대 IT 기업인 BASH 의 대표는 늙은 백발에 자신의 사업이 인류 발전에 이바지하는 듯한 이미지로 포장되어 있지만, 정치 권력에 후원해 인류의 안전보다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역할로 나옵니다. 뭐, 안타깝긴 한데, 업보라면 업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p.s. 이 영화를 보면서 세상의 끝까지 21일 이 겹쳐 보였습니다. 이 영화는 동일한 소재에 동일한 결말을 가지고 있지만, 돈 룩 업과 분위기는 매우 다른 로맨스 코미디 영화입니다. 돈 룩 업에 멘탈이 바스러졌다면, 이 영화로 힐링을 해보시는 것도 추천 드립니다.
p.s.2 (추가: 21. 12. 27) 감독 인터뷰에 따르면 영화는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는 현실을 빗대어 영화를 제작했다고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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