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님이 보고계셔

  • 원제 : マリア様がみてる
  • 원작 : マリア様がみてる – 今野緖雪
  • 제작 : 山百合会
  • 감독 : ユキヒロ マツシタ
  • 방영 : TV Tokyo (1기 – 13화)

“ごきげんよう, お姉さま”

아주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나는 야오이니 동인이니 하는 것에 대한 내 나름대로의 정의 조차 내리질 못한다. 게다가, 동성애 코드에 대한 고찰 같은건 여태 해 본적이 없을 뿐더러, 사실상 이들 용어들을 섬세하게 구분해내지도 못한다(심지어 크리스씨에게 처음 이 작품의 원작을 소개 받았을때 ‘백합물이래요’라는 이야기에 대해 하등의 부정이나 납득도 없이 ‘그런가보다’하고 받아들었으니까 이쪽 분야에 대한 나의 무지는 어느 정도인지 알만 할 것이다-크리스씨의 포스팅에 따르면 ‘마리미떼는 백합물이 아니다’고 하더라. 나는 여전히 어째서 그런것인지에 대한 이유는 모른다-백합물에 대한 정의 자체를 모르고 있으니 이건 당연한 일이다.)

사회적인 이슈가 될 만한 소재라는 것이 이 작품에 대한 나의 견해를 결정하는 요소는 되지 못한다는 점은, ‘이런 분야에는 무지하다’라는 이유 때문이라고 이미 전술했다. 내가 마리미떼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센세이셔널한 설정 같은게 아니라 캐릭터에 대한 묘사와 주로 연관이 되어있다.

작품은 원작 소설이 그러했듯(원작은 1권 분량 밖에는 보지 못했다) 주인공 유미의 1인칭 시점으로 서술된다(주1). 1인칭 주인공 시점이 가지는 위력은 서술자가 하는 이야기가 ‘납득할 만한 것’이라면 시청자의 심리적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가장 좋다는 점이다-짧게 말해 감정 이입이 무지 쉬워진다.

시스템적인 포석이 마련되었다면 이제 남은 문제는 ‘어떻게 납득시킬 것인가?’이다. 마리미떼는 설정 자체는 대중적인 공감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하지만(주2), 적어도 캐릭터 하나 하나의 묘사는 납득할 수준의 퀄리티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런 문제 역시 극복했다-아니 극복한 정도가 아니라, 내가 이 작품에 애정을 표현하는 것은 순전히 이런 부분 때문이다. 상황의 기호란 부분에서의 정밀한 핀트는 여전히 맞지 않지만(애착이 심한 자매 관계 같은 것에는 여전히 거부감이 남아있다), 나는 심정적으로 이 아가씨들의 자신의 감정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에 공감하고 있었던 것이다(주3).

짧다면 꽤 짧은 분량으로 일단락이 지어졌지만, 인기는 여전히 대단한 듯, 2기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이고, 원작인 소설 역시 꾸준히 발간되어지는 듯 하다-듣기에는 국내에도 소설이 곧 정식으로 소개 될지도 모른다 카더라. 국내에 제대로 소개되고 대중적으로 즐겨지기에는 여전히 마이너하고, 문화적인 차이도 극복해야 하는 등 산적한 문제가 하나 둘이 아니지만, 일단 비평은 제대로 접한 다음에 해도 늦지 않을것이라 보여진다.

첨언하자면…

*주 1 : 일부 에피소드는 주인공 유미가 아닌 타인의 시점에서 서술이 이어지기도 하지만, 서술자가 1인칭이라는 틀은 벗어나지 않는다.
*주 2 : 마리미떼의 설정은 설정 자체로 이미 판타지이다(누구를 위한 판타지인가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가톨릭 풍의 여학교, 보수적인 사람들이 보기에 거부감이 들 수 있는 자매관계, 현대까지 이어지는 유구한 전통, 일반과는 위화감이 들 정도의 아가씨들 등은 이미 그것만으로 초현실이다.
*주 3 : 내 나름의 명대사는 유미의 “사치코 님이 진심으로 나같은 애를 스루로 선택 할리가 없잖아요.”였다-같이 울어버린건 아니지만, ‘토닥토닥’ 위로해주고 싶었다는 감정이 일순간 들었을 정도였으니까.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