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게임 산업 초창기의 게임은 이른바 진행 상태를 저장하는 세이브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다. 가정용 비디오 게임의 경우, 하드웨어의 제약이 있었고, 아케이드 게임은 비즈니스 성격 상 빠른 순환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드웨어가 발전하고, 게임의 분량이 비약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한 번에 끝낼 수 없는 게임을 이어서 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실제 세이브 기능이 등장하기 전, 게임을 중간부터 시작할 수 있는 클리어 코드를 중간 중간 제공하는 방법은 이러한 문제에 대한 과도기적 해결 방법이었다.
세이브 기능은 시대에 따라서 점차 발전해 갔다. 한 번에 하나의 세이브만 지원을 하던 시기에서 세이브 기능에 쓸 수 있는 데이터 용량이 늘어나자, 여러 개의 세이브 데이터를 관리하는 기능이 들어가기도 했다. 광저장매체(CD, DVD 등)를 이용한 가정용 비디오 게임기는 세이브 데이터를 위한 별도의 외부 저장장치(예를 들자면 플레이스테이션의 메모리 카드 같은)를 사용하기도 하였다. 물론 PC의 경우 플로피 디스크나 하드 디스크에 세이브 데이터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빠듯한 데이터 저장소 용량은 결국 세이브 데이터의 개수에 제한을 두게 될 수 밖에 없게 강제했는데, 이는 대다수의 게임에서 이른바 세이브 슬롯 Save Slot 형태의 세이브 기능을 보게 만든 이유가 아닐까 한다.
세이브 기능은 게임 플레이에 많은 영향을 미치며, 특히 게임의 난이도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아무리 어려운 게임이라고 하더라도 세이브 기능에 별 다른 제약 사항이 없다면 플레이어는 큰 부담을 느끼지 않게 되는 반면, 세이브 기능을 지원하지 않거나 하나의 세이브 데이터만 저장하는 것을 강제 한다면 플레이어가 느끼는 체감 난이도는 급격하게 상승하게 된다.
세이브 슬롯은 몇 킬로바이트 Kilobyte 의 용량의 사용도 심각하게 고민하던 시절의 산물이지만, 현재 일반적인 사람들이 다루는 저장 용량이 10억배나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현재도 제한적인 숫자의 세이브 슬롯을 고수하는 게임들이 자주 보인다. 대다수의 경우 게임의 체감 난이도를 늘려 플레이어에게 압박을 당하는 경험을 주려는 의도나, 세이브 데이터의 용량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 문제가 되어 그런 것은 아닌 듯 하다. 그저 일종의 사라지지 않은 유산인 것이다.
게임에서 세이브 데이터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게임 디자인의 일부로서 고민 할 필요가 있다. 2023년에 제작된 다수의 게임에서, 동시에 단 세 개의 세이브 데이터만 가질 수 있는 것을 보면서 어떠한 게임 디자인의 의미도 찾지 못해 든 의문에서 나온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