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지루하고 우울하기만 한 일상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가 하고 있지만, 그에 대한 해결책은 언제나 상식선에서 벗어나면 안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법이다. 하. 지. 만. 정말, 그렇게 세상의 모든 규칙을 지켜가면서 일상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란게 존재하긴 하는걸까?

세상이 맘에 들지 않으면 내 스스로 다시 이 세상을 구축해버린다-비록 자기 자신은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는 않지만-라는 독특한 능력의 소유자 스즈미야 하루히. 그녀가 벌이는 일은 하나부터 열까지 처치 곤란에 그야말로 주변 민폐 만점인 일들 뿐이지만, 그래도 그 모습을 끝까지 옆에서 지켜 볼 수 밖에 없는 것은 그런 그녀의 행동에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새로운 세상의 도래 같은 거창한 무언가를 바라는 건 물론 아니다. 다만, 이 지루한 세상에서 조금은 밝게 웃을 수 있는 계기 같은것(그러니까 재미있는 일)이 좀 더 많이 일어날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한게 아닐까한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애니메이션의 전체적인 흐름이나 연출은 꼭 주목해야 할 부분. 마구잡이로 뒤 섞인 에피소드 구성이나 마지막 13, 14화의 연출은 미리부터 치밀하게 계산되어진 연출임에 분명하지만, 그런것을 알아차리기도 전에 사람을 이야기에 흡입시키는 능력이야 말로 대단한게 아닐까 한다. 그런 의미로 꼭 한번은 봐야 할 작품으로 멋대로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