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튜러스

– 2년 전에 나왔어야 할 게임

제작 : Project Arcturus (손노리/그라비티)
유통 : 위자드 소프트
장르 : 롤플레잉 게임

가는 곳 마다 항상 파란을 일으키고 다니는 손노리가 그라비티와 함께 공동 제작을 선언하여 유명해진 악튜러스 프로젝트는 결국 근 2년 가까이 프로젝트 연기 선언을 해 가면서 작년(2000년) 12월에 우여곡절 끝에 출시가 되었다. 그간 한정판 마케팅 미스 및, 몬스터 캐릭터 표절로 인한 리콜 등등 별 시덥지 않은 모습도 보여가면서 출시된 악튜러스를 즐겨본 감상으로는, 차라리 2년 전에 나왔더라면… 하는 아쉬움 섞인 칭찬 뿐이다.

– 손노리가 만들어서 이 정도면…

처음 악튜러스를 접했을때-바보같이 위저드 소프트에서 한정판을 예약하는 바람에, 악튜러스 한정판이 용산에 풀리고도 일주일이 지나서야 받은, 필자도 그 많은 피해자들 중 하나이다-느낌은 대단히 충격적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근 3시간을 플레이 하도록 자잘한 버그 이외의 것이 없었다. 라는게 그간 손노리의 악행(…)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꽤나 충격적인 사실이었을 것이다-비록 자잘한 버그가 많긴 했지만, 수시간에 한번 정도 튕기는(…)것은 전작 포가튼 사가에 비하면 정말 많이 발전한 것이다.

게임은 3D 배경과 2D 캐릭터가 혼합된 형태로 되어 있으며, 기본적인 전투 시스템은 전형적인 액티브 턴 베틀 시스템을 체용하고 있었다. 모 게임기용 게임과 전투 시스템 부분에서 대단히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는 하지만, 일단 무시를 하고 보자면 상당히 능동적이고, 이펙트 부분에서 나름대로 신경을 쓴 모습이 보였다.

롤플레잉의 시스템에서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성장 시스템은, 전형적인 일본식 RPG의 성장 시스템을 그대로 차용했다. 일정 경험치가 쌓이면 바로 능력치 상승과 함께 레벨이 오르는 수치적 성장은 언듯 별 다른 재미가 없어 보이지만, 경험치 배분을 슬롯 머신 형태로 ‘찍어서’ 설정 할 수 있기 때문에 나름대로의 재미가 엿보인다고 하겠다.

– 야후라마즈다, 앙그라마이뉴, 스펜타마이뉴

이제는 그 이름만 들어도 귀에 먼지가 쌓여버릴 것 같은, 이 중동의 신화적 개념들은, 악튜러스에서도 등장한다-우연일지 몰라도, 같은 시기에 출시된 창세기전 3 파트 2에서도 동일 개념이 등장한다. 소재도 갈때까지 간건가 하는 아쉬움과 함께 약간의 분노가 느껴질만도 하겠지만, 일단 우리나라든 일본이든 RPG에서 만만한건 먼나라 신화 이야기일테니 시나리오 작가들의 게으른 창작열을 탓하도록 하자.

어쨌든, 악튜러스의 스토리는 먼 미래의 판타지이다. 세기말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으며, 당연히 주인공들은 여차여차 한 끝에 세계를 구하는데 성공한다는 순수한 영웅 구조 플롯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미래형 과거가 혼합되어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려고 시도 한 듯 해 보인다.

실제로 악튜러스는 종반으로 갈 수록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려고 하고 있다. 근본적인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는 물론, 선과 악의 근원적인 근본 문제와 더불어 신에 대한 문제, 상대성에 대한 문제 등등. 문제는 엔딩이 나올때 까지 어느 하나 제대로 결말을 내주며 끝내는 이야기가 없다는 것이다. 여러분들이 곰곰히 알아서 생각해 보세요. 라고 뻔뻔스럽게 이야기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끝나 버리는것이다.

차라리 거대하고 심각한 주제들은 엉망이었을 망정, 자잘한 에피소드나 기타 이벤트들은 손노리 특유의 아기자기함이 엿보였다. 덕분에 상대적으로 비교가 되어서인지 분위기가 오락가락하는 문제점이 발생하는 것 같다. 게임 스토리는 종반까지 가서는 결국 하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몰아서 하는 바람에 마치 시청률 때문에 서둘러 종영하는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었다.

문제는 세기말 분위기를 아무리 잘 내 줘도, 지금은 세기 초라는데 문제가 있을 것이다. 당초 출시 예정일이었던 1999년 12월에 출시가 되었다면 이런 문제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아무리 세계 멸망에 대해서 심각하게 이야기 해도 지나가는 소리로라도 들어줄 사람 조차 없다.

엄연히 늦게 나온 만큼의 마이너스 효과인 만큼 이것은 제작사가 지고 가야 할 부담인것이다.

– 시대 착오

시대를 착오한 스토리 연출은 게임의 플레이 시간에서도 나타난다. 악튜러스의 플레이 대상이 시간이 좀 널널해 보이는(…)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하지만, 게임 엔딩까지 가야 하는 시간이 70여시간을 상회한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게임의 세이브 시스템도 게임 플레이 시간과 함께 문제점을 같이하고 있다. 이 게임은 전형적인 세이브 포인트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데, 이런 세이브 포인트는 ‘콘솔이 아니면’ 인터페이스 문제로 좀체로 도입하고 있지 않은 엄한 시스템이다. 당신은 마라톤 거리만큼 뛰어서 세이브 포인트가 존재하는 게임을 제대로 즐길 자신이 있는가?-물론 코스에는 자신과 비등한 능력의 적들이 무수히 깔려있고, 가는 도중 가끔씩 다운도 된다. …

게.다.가. 70여시간 중 스토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1/3뿐. 나머지는 레벨 노가다를 위해 투입되어야 하는 시간이라는건 아무리 전투 시스템이 참신하고 재미있다고 해도, 50여시간을 전투를 해야 한다는 지루함은 말을 못할 지경이다. 엔딩을 보면서 ‘지쳤다’ 라고 느낀 것은 그만큼 게임의 전체적인 재미에 신경 썼다기 보다는, 일정 부분에만 신경 썼다고 하는 혹평이 어울린다는 반증인 것이다.

– 그래 그래.

여튼, 장시간의 게임 플레이와 수다스러운 스토리를 제외 한다면, 악튜러스는 즐길만한 게임임에는 틀림 없다. 적어도 억지 눈물 흘리게 하는 짜증나는 스토리는 아니며, 어거지 웃음을 자아내는 3류 개그 이벤트도 없다(실은 조금 있긴 하다). 아기자기한 캐릭터와 거대한 스케일의 게임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한번 즈음 즐겨봐도 좋을 것이다-단 엔딩을 보기 위해선 시간을 많이 비워둬라.

2년 전에 나왔으면 좋은 게임이 되었겠지만, 지금은 그냥 준작 수준의 ‘그래 그래’ 게임이라는게 총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