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진

Game Gods, PC Gamer, September, 1999
Game Gods, PC Gamer, September, 1999

게임 회사 이야기 Ep. 6 – 시에라 엔터테인먼트의 영상 말미 사진은 미국의 게임 월간지인 PC Gamer 1999년 9월 특집 기사에서 발췌했다. 해당 기사는 게임 산업과 게임 문화를 이끈 게임 개발자들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담겨 있는데, 2020년 현재도 그야말로 신으로 불려도 손색 없는 갓 God 개발자들을 확인 할 수 있다 – 존 카맥, 시드 마이어, 리처드 게리엇, 피터 몰리뉴, 윌 라이트, 게이브 뉴웰, 워렌 스펙터, 로버타 윌리엄스 등.

나는 사진을 보면서 어떤 흥미로운 내용이 떠올랐다. 20년도 더 된 기사에서 언급 된 게임 개발의 신들은 전원이 백인이고 그 중 여성은 단 한 명이다. 자자, 진정하시고 닫기(혹은 뒤로가기) 버튼에서 손 떼시라. 그리고 끝까지 읽어주시기 바란다.

게임 산업이 역사적으로 의도적인 인종, 성차별을 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게 아니다. 1980년 ~ 1990년대를 감싸던 비디오 게임 산업 외적인 부분을 보자면, 컴퓨터란 녀석은 일반 대중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중산층 이상이 되어야 무리를 해서라도 접할 수 있었으며, 자연스럽게 백인의 비율이 많을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또한 여성에 대한 편견도 공고했던 시절이다. 컴퓨터라는 “기계”는 남자 아이들의 전유물이 되곤 했다.

공교육을 통해 컴퓨터를 접하는 것도 결국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지금의 코로나 19 사태에서 온라인 교육을 시작할 때 쏟아져나온 빈부격차에 따른 IT 정보 접근 문제를 생각해 본다면 30년 40년 전의 환경은 더 처참했을 것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적 환경에서 좋은 개발자가 백인 / 남성으로 편향 된 것은 사실 어쩔수 없는 문제다. 위 사진에서의 유일한 여성인 로버타 윌리엄스의 데뷔는 이런 환경에서 정말 운이 좋았다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로버타 윌리엄스도 대부분의 또래 다른 백인 여성들 처럼 전업 주부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하지만, 가족 중에 컴퓨터를 자유자재로 다루던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컴퓨터 게임을 접하면서 자신의 재능을 발견했다.

로버타 윌리엄스가 첫 게임을 발표한 지 40년이 지났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에서 다양한 인종, 성적 정체성, 사상을 가진 사람들이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특정 성별, 사회적 약자나 사상을 타겟 삼아 게임에서 몰아내려 하는 시도가 자주 보인다(비단 국내의 문제만이 아니다). 스스로 문을 걸어잠그며 겨우 키운 판을 줄이려 노력한다. 웃기지도 않는 일이다.

이런 시도가 어딘가 숨어있을 로버타 윌리엄스를, 제인 젠슨(가브리엘 나이트 시리즈의 게임 디자이너)을, 제이드 레이먼드(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의 디렉터)를, 킴 스위프트(포탈 시리즈 게임 디자이너)를 영영 찾지 못하게 만들지 않을까? 우리는 왜 우리 스스로 게임에 대한 가능성을 지워버리려고 하는 걸까?

우리는 이런 자학적인 행동을 당장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