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시네마 수지 1관(I열 17번)
- 2024.11.23. 09:30
오즈의 마법사가 원래 아름답고 정의로운 이야기인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위키드는 이러한 내용을 많이 비틀어 악역이었던 서쪽의 마녀 Wicked Witch of the West 의 일생을 다루고 있습니다. 뮤지컬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이 영화는 사실 뮤지컬 전체 내용을 두 편으로 나누어 1막에 해당하는 내용 – 주인공 엘파바가 마녀로써 각성하며 마무리 됩니다. (저야 사실 뮤지컬을 보거나, 원작 내용에 대해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가 보다 싶었습니다만)
큰 기대는 하지 않고 봤지만 대단히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뮤지컬 영화가 뭔 두 편으로 나눠서 상영까지 할 뭔가 있겠어?” 라는 의문은 “2편을 기다리려면 1년은 족히 기다려야 된다고?” 로 생각이 바뀐건 당연한 일 입니다. 사실 진짜로 맘에 들었던 건,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말랑말랑한 판타지로만 알았던 이 작품이 사실은 어마 무시한 사회적 메시지와 정치적 올바름으로 범벅이 된 작품이란 것이겠죠. 역시 무능한 지도층과 우민에게는 죽창만이 답…
하지만, 위키드가 영웅주의 서사라고 하기에는 좀 많이 애매합니다 – 아마도 사회나 체제, 관습을 타파하자는 이야기 보다는 엘파바 개인의 고난과 이를 극복한 성장에 대한 카타르시스에 좀 더 많은 초점이 맞춰진 이야기니깐요. 뮤지컬 위키드를 대표하는 곡인 Defying Gravity 는 이러한 카타르시스를 터트리는 일종의 전략 핵무기 같은 것이죠.
저는 원래 이런 이야기를 많이 좋아하는 편이고, “내가 유별난 것 아닐까?” 하고 생각했습니다만 어제 이 영화를 보면서 “생각보다 나와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은 세상에 많이 있지 않나?” 라고 바뀌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