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티 엔진은 모바일 플랫폼의 등장과, 경쟁 엔진보다 월등한 생산성을 바탕으로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였습니다. 쉽고 빠른 접근과 직관적인 작업 환경은 게임 개발자들에게 마치 마법을 부리는 것처럼 느껴졌고, 더불어 저렴한 가격은 많은 프로젝트가 유니티 엔진으로 빠르게 승부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다른 엔진들도 유니티의 장점을 따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언리얼 엔진은 특히 강력한 경쟁 상대로 나타났습니다. 에픽은 자신들의 언리얼 엔진으로 자체 게임을 만들기 때문에 엔진의 기술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제작 파이프라인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엔진 기능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빼놓지 않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유니티는 게임 엔진 회사이지만 스스로 게임을 만들지는 않았고, 이는 실제로 이 회사가 스스로 만들어 파는 상품에 대해 충분히 이해를 하고 있는지 의문을 불러왔습니다.
유니티는 인수 합병을 통해 게임 엔진이 그저 게임 엔진으로 머물지 않고 더 많은 분야에서 다양하게 쓰일 수 있길 바란 것 같습니다. 인수 합병을 통해 얻어진 여러 분야의 기술력은 불행이도 게임 엔진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게임의 생산성 향상에 직접적으로 기여한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예를 들어 웨타 디지털의 인수의 경우, 그들의 주력 기반인 프리 렌더(Pre-render) 기술이 유니티의 주력 분야인 실시간 렌더(Realtime render) 기반 게임 제작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까요?
유니티의 이러한 공격적인 확장 정책에도 불구하고, 사업 실적은 개선되지 않고 적자만 누적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발표된 유니티 엔진의 새로운 요금 정책은, 고객에게 불안과 의심을 불러 일으키기 충분했습니다. 기존 고객들은 유니티 엔진의 생산성과 가치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한 것 입니다.
이러한 위기 상황이지만, 아직 유니티 엔진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는 여력이 있습니다. 만약, 초창기에 그러했듯, 경쟁 제품에 비해 압도적인 생산성을 자랑했던 그 특징을 다시 부각시킬 수 있다면 기회는 다시 유니티 엔진에 찾아올 것 입니다. 예를 들어, 단 일주일만에 QA를 마무리하고 하이퍼 캐주얼 게임을 서비스 릴리즈할 수 있다 거나, 혹은 경쟁 엔진에 비해 더 많은, 프로토타이핑을 통한 검증을 같은 시간에 수행할 수 있다면 말이죠 – 언리얼 엔진이 유니티 보다 일부 생산성 관련 기능들이 좋긴 하지만, 그렇다고 넘사벽으로 뛰어난 건 아닙니다.
만약 이러한 개선을 이루지 못한다면, 유니티 엔진의 미래는 흐릿해질 것입니다. 고퀄리티의 트리플 A 게임과 영상 및 산업은 언리얼에 빼앗길 것이고, 중소규모 게임 제작 분야도 이번 요금제와 관련한 사태로 인해 커뮤니티의 관심이 급증한 고도 엔진에 빼앗길 수 있습니다. 아직 유니티에는 (높은 누적 적자에도 불구하고) 자원과 유능한 인력이 있으며, 방향만 잘 설계한다면 지금의 위기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습니다. (간단한 일 입니다만, 물론 그 간단한 걸 못하는 사람이나 조직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