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티 블레이드 Infinity Blade

  • 제작: Chair Entertainment / Epic Games
  • 장르: Action
  • 리뷰 타이틀 버전: 1.1(자막: 한국어, iOS)

언리얼 엔진과 이를 이용한 3D 액션 게임으로 유명한 에픽 게임즈 Epic Games 에서 2010년 9월 아이폰용 언리얼 엔진을 이용한 에픽 시타델 Epic Citadel 을 선보였을 때 아이폰에서 보여지는 압도적인 3D 그래픽은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다. 그리고 이후 발표된 인피니티 블레이드 Infinity Blade 는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기 충분했다. 그리고 2010년이 다 가기 전, 연말인 12월 9일 인피니티 블레이드는 애플 앱 스토어를 통하여 세상에 공개 되었다.

미묘한 가격 정책

인피니티 블레이드는 애플 앱 스토어에 올라오는 일반적인 게임 가격들에 비해 비싼 가격(USD 5.99)이 책정되었다. 인피니티 블레이드 발매 전에 나온 id 소프트웨어 id Software 의 1인칭 슈팅 게임인 레이지 HD Rage HD 의 가격(USD 1.99)을 비교했을 때 의외라는 기분이 들 정도로 인피니티 블레이드의 가격은 상당한 고가다.

극단적인 컨텐츠 분량은 이러한 고가가 타당한지에 대한 의문을 들게 만든다. 사실 게임의 1회차 플레이 시간(오프닝에서 엔딩에 1회 도달하는 시간)은 평균 20~30분을 밑돈다. 극단적으로 짧은 플레이 타임을 억지로 늘리기 위해 트릭을 이용했는데, 그것은 게임의 스토리 라인 상 1회 플레이로는 진짜 엔딩을 보지 못하게 막아버리고는 수회의 반복 플레이를 강제한 것이다-때문에 실제 엔딩에 도달하기 위한 시간은 약 세 시간 정도라고 보면 된다.

비싼 가격과 그에 기대하지 못하는 컨텐츠 량은 분명 인피니티 블레이드의 약점이다. 단순한 게임 시스템과 화려한 언리얼 엔진의 스팩으로 이를 커버하고는 있지만, 과연 이것이 얼마나 먹히고 있을까?

극단의 선택

인피니티 블레이드는 여러면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 눈에 띄인다. 짧은 플레이 타임, 돌려 쓴 흔적이 역력한 리소스들-그래픽/애니메이션, 최대한 단순화시킨 게임 시스템 등. 많은 부분에서 ‘비용을 아끼려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그리고 이는 아마도 개발진의 최선의 답안이 아니었을까?

게임의 엔딩을 본 이후 나오는 스탭롤을 찬찬히 살펴보면 게임에 스케일에 맞지않는 규모의 개발 인력이 투입되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지나치게 저가격으로 형성되어 있는 아이폰용 앱 스토어 시장에서 이만한 개발 인력이 투입되었다는 사실은 ‘개발 비용이 엄청나게 들어갔다’라는 것을 의미한다.

개발 비용의 상승은 그리 놀라울 일도 아니다. 언리얼 엔진의 스팩과 그 스팩을 맞추기 위한 리소스의 투입은 단순한 2D 퍼즐 게임을 만드는 것과는 엄연히 레벨이 틀리다. 아직까지 많은 개발자들이 아이폰용 3D 엔진에 대한 투자를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이 부분이다. 언리얼 등의 고가 엔진과 고품질의 리소스를 이용하여 앱 스토어 게임을 만들기에 앱 스토어 시장의 시장 가격은 지나치게 저가로 형성되어 있다. 사실상 손익 분기를 맞추는 것은 언리얼 엔진의 스팩을 보여주는 대신 게임과 기타 자잘한 부분을 극단적으로 포기해야만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이것은 무모하게 언리얼 엔진 등을 이용하여 앱 스토어에 진출하려고 하는 개발자 혹은 회사들에 대한 경고일지도 모른다. 얼렁뚱땅 화려한 그래픽에 목을 매 엉뚱한 리소스를 투입하면 어떤 처참한 결과가 올 지 아무도 모르는 일인 것이다.

인피니티 블레이드 절반의 성공

고가의 가격에도 불구하고 인피니티 블레이드는 한동안 앱 스토어 판매 순위 수위를 차지하고 있었다-지금은 연말 폭탄 세일의 여파로 32위까지 밀려버렸다(2010. 12. 22 현재). 인피니티 블레이드의 게임 자체는 괜찮은 수작에 들어가지만, 높은 가격과 그리 캐주얼하지 않은 게임 시스템은 장기적으로 순위를 꿰차기에는 여전히 모자라다고 생각한다.

인피니티 블레이드는 개발자/회사에게는 지독하게 나쁜 예다. 이들은 화려한 그래픽으로 중무장하고 아슬아슬할 정도의 극단적인 선택과 아이폰에서 여태 없었던 스팩의 게임이라는 후광을 가지고 여기까지 버텼다. 당신이라면 그들과 같이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예스라고 답을 못 한다면 인피니티 블레이드와 비슷한 레벨의 작품은 주머니에 여유가 있을 때 개발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