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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독 : 히구치 신지
  • 출연 : 쿠사나기 츠요시, 시바사키 코우, 토요카와 에츠시
  • 안산 메가넥스 12 12관에서 관람 (L열 11번 5회 19:00 2006. 09. 02.)

일본이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는 이야기는 이웃나라에 살고 있는 (가슴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는)우리들에게 있어서 묘한 쾌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런 쾌감을 기대하기에 영화는 지나치게 관망하는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보통의 헐리우드 재난 영화들이 개인 또는 핵가족에 촛점을 맞추어 그들이 해쳐나가는 역경에 주목하는 반면, 이 영화는 아쉽게도 일본이 점차 가라앉아가는 전경을 보여줄 뿐이다. 영화 내내 수시로 나오는 위성 궤도에서 바라보는 일본 전역의 모습만으로도, 이 영화가 각 개체로써의 인간을 얼마나 무시했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때문에, 토시오의 희생도, 레이코의 눈물도 그다지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쓸데없이 신파로 흐르는게 되려 더 마이너스라면 마이너스. 차라리 끝까지 관망을 해 버렸으면 조금이라도 더 나았을지 모르겠지만, 어중간한 위치에서 갈 곳을 판단 못해 갈팡질팡 하는게 영화 보는 내내 안쓰럽기만 했다.

그다지 상관은 없지만, 재난 영화의 전형을 통해서 각국의 문화적 차이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하다. 헐리우드의 재난영화들-그 중 이 영화와 가장 유사했던 Dante’s Peak와 Volcano를 생각해보더라도, 영화를 이끌어가는 중심은 항상 미국 사회를 이끌어가는 가장 소규모의 핵가족 내지는 그 개인에게 있는 편이다. 반면 일종의 환경 재난 영화라고 할 수 있는 괴물에서 보여지는 가족은 최소 3대가 연결된 가족들이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사실상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가장 한국적인 가족의 구성이 아닐까?). 그에 반해서 이 영화에서의 초점은 일견 두 남녀 주인공간의 로맨스로 보이지만, 의외로 이야기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개별 객체보다 전체를 중시하는 일본의 문화적 코드와 연관이 있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 (농담삼아 이야기하자면) 이 영화는 재난 영화가 아니라 일본 자위대 홍보용 영화 같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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