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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의(그래도 벌써 몇년은 지났지만) MMORPG 에서 전투 / 성장 시스템과 퀘스트 시스템은 이제는 그 장르를 대표하는 없어서는 안 될 시스템이 되어버렸다. 물론 전투 및 성장 시스템이든 퀘스트 시스템이든 MMO의 훨씬 전인 CRPG1 에서도 중요한 요소였고 그보다 훨씬 이전 TRPG2 에서의 각종 전투 및 캐릭터 성장 관련 룰들과, DM3이 고심해서 짜 온 ‘시나리오’라는 형태의 퀘스트가 존재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초기의 MMORPG-꼭 집어 이야기 하자면 지금은 이름마저 잊혀져가는 오리진 시스템즈 Origin Systems의 울티마 온라인 Ultima Online(이하 UO)의 시절만 하더라도 RPG의 기본적인 룰인 전투 / 성장 시스템을 제외하고는 완전히 개방된 형태의 스토리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소속원들은 사실 리차드 게리엇 Richard Garriott(또는 로드 브리티시 Lord British) 가 안배해 놓은 세계관 안에서 세계의 흐름과는 관계 없이 UO의 세상 속에서 자기 멋대로 즐길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았다-그 권리를 지나치게 행사한 나머지 불상사(한 플레이어가 로드 브리티시를 PKing 하는 사건)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후 MMORPG 장르가 발전을 거듭하면서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기존의 MMORPG들은 UO와 같은 형태의 게임들은 ‘높은 자유도’, ‘완벽한 가상 세계의 구축’, ‘가상 생활 자체를 즐기는 것에 대한 목적’을 두고 개발이 되었기 때문에 퀘스트 시스템을 비롯한 관련 스토리 텔링이 사용자에게 깊숙하게 개입 할 필요도 이유도 없었다. 완벽하게 구축되어 있는 가상 세계만으로도 사람들에게 몰입감을 주기 충분했기 때문에 구태여 브리타니아 Britannia4 의 현재 상황(악의 무리가 몰려오고 있다는 등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에 대해서 플레이어에게 강조를 할 필요가 없었다는 점도 한 몫 했다. 이러한 기존의 패러다임에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난 것은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Blizzard Entertainment 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World of Warcraft (이하 WOW)가 등장하면서 부터였다.

초기의 WOW 역시 워크래프트 Warcraft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가상 세계 구축을 목표로 한 듯 보여지지만, WOW는 CRPG에서 자주 쓰였던 퀘스트 시스템 Quest System 을 게임에 도입하였다. 월드에 흩뿌려진 NPC들은 일정한 조건에 따라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퀘스트를 플레이어들에게 제시하였다. 물론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법칙을 잘 준수하여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완료 할 경우 결코 적지만은 않은 경험치와 게임 머니 아이템 등을 뿌려대기 시작했다. 플레이어들은 캐릭터들 개개인의 절절한 사연과 함께(그리고 개인의 부와 명예-게임 머니와 경험치를 위해) 아제로스 Azeroth 대륙을 돌아다니며 그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역할을 자청하기 시작했다.

이후, WOW의 전 세계적인 성공에 힘입어, 포스트 WOW를 외치면서 화려하게 등장한 차세대 MMORPG 들은 정작 WOW와 확연한 차별화를 보여주지 못한 체 WOW의 시스템들을 답습하는 오류를 보였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는데, 다른 여러 시스템들도 마찬가지이지만, 퀘스트 시스템 역시 그저 쫓아가기에 급한 나머지 핵심은 놓치고 껍데기만 들여오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재앙은 여기서 부터 시작되었다.

퀘스트 시스템의 본질

기본적으로 퀘스트 시스템은 ‘이야기 Story‘를 중심으로 진행이 된다. 그것이 게임의 주류 이야기 Main Story 가 되었든, 단순한 사이드 에피소드 Side Episode 든 지 간에, 퀘스트의 중심에는 이야기가 있고, 이를 풀어나가는 과정에 ‘목표-과정-결과(그리고 보상)’가 있을 뿐이다. 이야기가 없는 퀘스트는 사용자에게 시간 낭비라는 인상을 심어주기 좋다. 이러한 이야기가 없는 퀘스트들 때문에, 플레이어 단순히 보상만을 위하여 퀘스트를 진행할 뿐이며, 이렇게 진행되는 퀘스트는 마치 일용직처럼 자신의 생계 수단을 이어가는  방법 이외의 의미를 가지지 못하게 된다.

잘못 만들어진 퀘스트는 시중에 나와있는 MMORPG를 하면서 수도 없이 많이 찾을 수 있다. 수집 퀘스트, 사냥 퀘스트, 배달 퀘스트는 이제는 너무 대표적이라서 퀘스트로써 존재하지 않으면 뭔가 허전할 정도가 될 정도가 되었지만, 이들 퀘스트들이 재미있다고 하는 사람들은 (당연히)찾아보기 힘들다. 세시간을 플레이를 한달을 플레이를 하든 퀘스트 내용과 관계 없이 플레이어들은 반복적이고 천편일률적인 퀘스트의 목표에 따라서 사냥을 하고 또 사냥을 하고 또 다시 사냥을 할 뿐이며 적당한 보상만을 전부로 여긴다. 여기에는 어떠한 스토리 텔링도, 흥미있는 이야깃거리의 주인공이 될 여지도 없다. 당연히 퀘스트 시스템은 노동의 연장선 상에 놓일 수 밖에 없다.

이야기를 잘 보강하여 만들어진 퀘스트 시스템의 장점은 아래와 같은 것들이 있다.

  • 퀘스트 시스템을 통한 스토리 텔링 Story Telling
  • 스토리 텔링을 통한 게임 및 세계관에 대한 플레이어의 몰입 유도
  • 이벤트 등, 연출 등을 통한 게임에 대한 흥미 유지

잘 짜여진 퀘스트의 경우에는 난독증이 있는 플레이어라도 퀘스트에서 풀어내는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며, 게임 세계관에 흠뻑 취하게 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또한 게임의 재미를 더 배가 시킬 수 있는 여력도 가질 수 있게 된다.

진짜 문제는 무엇인가?

퀘스트 시스템과 연계하여 사용자들이 컨텐츠의 태부족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지나치게 단순화 된 퀘스트 시스템이 가지는 한계일 수 밖에 없다. 몬스터 1,000마리를 학살하는 퀘스트가 무한정 있어 봐야 어차피 플레이어가 느끼는 감정은 그 밥에 그 나물일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MMORPG들은 추가 컨텐츠와 관련한 퀘스트의 추가를 앞에서 말 한 이야기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똑같은 패턴의 반복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 여러가지 사정들(제작 여건 부터 시작해서 기타 등등)이 있을 수야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로는 아무도 퀘스트의 이야기에 대해서 신경쓰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난이도 밸런스, 지역 배분, 동선 같은 문제는 신경과민에 걸릴만한 엑셀 시트와 VBS를 동원하여 해결하려 하지만, ‘마을 밖 난동을 피우는 몬스터 100마리만 잡아다 주세요’ 따위의 퀘스트의 내용에 대해서는 일말의 문제의식도 가지지 않는다. 이러한 퀘스트들은 단순히 경험치 획득과 레벨업을 위해서 존재할 뿐, 게임 내 세계관을 전달하지도, 그렇다고 플레이어를 흥미로운 에피소드의 일원으로 만들어주지도 못하지만 말이다. 차라리 퀘스트 디자이너의 작가적 소양이 부족하다고 하면 이를 해결한 시나리오 작가 등의 전문 작가를 고용하면 될 일이겠지만, 문제 의식 자체가 없기 때문에 이 또한 불가능 하다-아니면 자신이 만들어낸 이야기가 정말 뛰어나다고 자화자찬하고 있거나.

사람들은 점차 반복적인 퀘스트 시스템에 질려하고 있다. 질리지 않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좋은 해법이긴 하지만, 다들 엉뚱한 곳에서 해답을 찾으려고 하고 있다. 이야기를 보강하고, 좀 더 플레이어 자신이 ‘여기에 참여하고 있다’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 퀘스트를 디자인 해야 한다. 밸런스, 지역 배분, 동선 모두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무엇보다 플레이어가 지금 이시간에도 자신의 시간을 버려가면서 하고있을 ‘체험’에 신경을 쓴다면 좀 더 재미있는 MMORPG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ps. 이야기가 중심인 퀘스트 시스템의 구현에 대해서 알아보고 싶다면 베데스다 소프트웍스 Bethesda Softworks 의 작품들-엘더스크롤 IV: 오블리비언 The Elder Scrolls IV: Oblivion 또는 폴 아웃 3 Fallout 3 등을 확인해 보기 바란다. 이야기와 플레이어가 중심인 퀘스트 시스템의 대표주자이다.


  1. Computer Role Playing Game – 컴퓨터를 이용한 RPG라는 의미이겠지만 일단은 싱글 플레이를 기반으로 한 기존의 게임들로써 분류하겠다.

  2. Table talking Role Playing Game – 이른바 D&D로 대표되는 탁상행정식 롤플레잉-물론 농담

  3. Dungeon Master – TRPG에서 이른바 컴퓨터의 역할을 하는 인간

  4. Ultima 시리즈의 전설적인 대륙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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