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 아서 King Arthur (2004)

  • 감독 : Antoine Fuqua
  • 출연 : Clive Owen, Ioan Gruffudd, Mads Mikkelsen, Keira Knightley
  • 오리 CGV 11 3관에서 관람 (A열 8번 1회 오전 9:30 2004.07.25)

최근의 헐리우드 서사물의 화두는 리얼리즘(Realism)인것 같다. 반지 원정대의 세번에 걸친 장대한 판타지가 끝나고 난 다음에 트로이를 위시한 이른바 ‘역사물’들이 밀물처럼 쏟아지는건 소재의 순환에서 있어서 당연한 현상일지도 모른다.

또 한가지, 이 바닥에서의 리얼리즘이 거의 대부분 그러하듯, 저 상투적인 단어는 항상 홍보부의 공염불에 불과한 경우가 태반이라는 문제가 존재한다. 이 영화 역시 트로이가 그러했듯, 영화에 쓰인 아더왕이라는 소재를 단지 역사적인 관점에서 차용 했을 뿐, 나머지는 모든면에 있어서 역사적이라기 보다는 판타지를 충실히 재현했을 뿐이다-아마도 영화 초반에 나오는 나레이션은 시오노 나나미가 봤다면 자리를 박차고 밖으로 뛰쳐나갔을지도 모르겠다(웃음).

이 영화가 재미있느냐 한다면 아마 나를 제외한 사람들은 재미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뭐, 별 다른 이유도 없이 전투를 벌이다가 승리하고 난 다음에서야 ‘그들은 이 싸움으로 자유를 쟁취했다’는 식의 나레이션을 붙여서 땜빵하는 식의 어설픈 이야기 구조, 다음의 3합 정도가 충분히 예상되는 1:1 결투신 따위는, 아마도 팝콘 무비형 블록버스터 영화에선 일단 참고 넘겨야 될 일종의 고행의 미덕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영화에서는 분명 볼만한 싸움 장면도, 꽤 이쁜 히로인도, 멋진 남자들(참으로 명분은 없었지만, 게다가 ‘로마시대’ 기사다!)도 잔뜩 나온다. 단, 그 정도로 만족하길 거부한다면 당신은 이미 영화 선택을 잘못한 것이다.

#. 이제 남은건 올리버 스톤 감독의 알렉산더 뿐인가… 제발 그 만은 나를 실망시켜주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