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 판타지 7 단상

이틀 뒤(2020. 04. 10.)면 파이널 판타지 7 리메이크 Final Fantasy 7 Remake 가 발매된다. 리메이크에 대한 올드 팬의 기대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초반 전투 몇 번 하고 난 이후에 데모를 지워버렸다. 예약 구매를 하냐 마냐 하는 심각한 고민도 그 시점에 접어버렸다. 아마 언젠가는 플레이는 하겠지만, 지금은 아닐 것 같다.

왜 그런가 곰곰히 생각해 보면 나는 원작에 대한 추억이 일반적이지 않아서 그런게 아닐까 한다. 좀 안타까운 추억인데, 주절 주절 늘어놓아 보자면 이런거다.

1996년과 1997년, 파이널 판타지 7에 대한 소식이 게임 잡지를 통해 전해지고, 당연히 게임 좋아하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다. 나 또한 잡지에 실린 화려한 스크린 샷과 영화 같은 컷 신들을 보며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았던 건 아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게임은 아냐” 같은 자기 합리화가 가슴 한켠에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게임이 발매 된 1997년. 당시의 수도권 위성 도시의 고등학생에게 플레이스테이션 Play Station 은 그저 비싼 럭셔리 브랜드였다. 애초에 학교를 통틀어 플스를 가진 학생이 열 손가락 안쪽이었다.

당시 내가 자주 보던 잡지는 마이컴, PC 챔프, CGW 한국어판 이었다

당시 게임에 대한 욕구를 충족하는 가장 일차적인 방법은 가장 싸고 단순한 방법이었다. 바로 게임 잡지 분석 기사를 보면서 머릿속에서 상상으로 게임을 즐기는 것1. 당시 게임 잡지가 나오면 분담해서 서로 다른 잡지를 사서 돌려 보거나, 과월호를 보고 또 보는 식으로 욕구를 해소했다.

게임이 원체 비싸기도 했지만, 그 비싼 게임을 사려고 하면 용돈을 모으고 모아, 친구들과 파티 Party 를 만들어 주말에 용산을 방문해야만 했다. 용던(용산 + 던전 Dungeon 의 합성어)이란 말은 오랬동안 농담처럼 소모되었지만, 그 당시 우리 세대에게 있어 게임 구매나 컴퓨터 부품 구매, 또는 워크맨을 구매하기 위해서 용산을 방문하는 것은 진짜로 던전을 탐험하는 RPG 주인공 처럼 많은 준비와 용기를 필요로 했다. 물론 그 모든 원흉은 지금까지도 용산의 악명을 떨치게 한 상인들이지만.

출처: 위키백과 공용

때문에 파이널 판타지 7 은. 뭐랄까 유니콘 같은 존재였다. 이런 경우가 파이널 판타지 7에 국한된 경우는 아니다. 사실 내 유년 시절 게임 라이프는 초등학교 3학년 이후 부터 PC 게임에 한정되어버린지 오래였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일본 대중 문화 규제가 풀리고, 플레이 스테이션 2 등의 가정용 비디오 게임기들이 정식으로 유통되기 시작하면서야 콘솔 게임을 제대로 즐기기 시작했지만… 이미 지나간 게임을 다시 플레이 하기에는 새로 나오는 굉장한 게임 많다. 이러다 보니 추억속의 유니콘은 진짜 유니콘으로 각인되어버린 것 같다.

경험상 유니콘은 유니콘으로 남아야 하는 것 같다. 2016년 경에 스팀을 통해 PC 판을 구매, 플레이를 했었지만, 결국 플레이 시간은 4시간을 겨우 넘겼을 뿐이다. 이건 이른바 고전 게임의 어쩔 수 없는 한계인데, 추억 보정이 없으면 낡은 UI / UX 경험 때문에 금세 지치기 때문이다 – 이 이야기는 예전 드래곤 퀘스트 1 (PS4)에 대한 감상에서도 언급했다.

당시에 게임을 즐기고, 유니콘이 아닌 진짜 게임으로 남았다면 어땠을까? 당시에 재미있게 즐겼던 게임들에 대한 감정은 유니콘 같은 막연한 느낌이 아니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부분이다. 유니콘은 유니콘으로서 추억 할 수 있다는것. 온라인 게임 비평에서 그 시대가 아니면 느낄 수 없는 것, 시대성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들었는데, 정도는 다르더라도 스탠드 얼론 게임도 결국 시대성이 가지는 중요성은 마찬가지인 것 같다.


  1. 사족이지만, 그때 잡지로 게임 플레이를 충족하는 거나, 지금 세대가 유튜브로 게임 플레이를 충족하는 거나 공통점이 있다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