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게임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다, 이번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의 발매를 앞두고 게시 된 호라이즌 제로 던의 초기 프로토타입부터 DLC 발매 때 까지의 변화를 담은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팬 메이드 무비로 취급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이 단순한 영상에서 게임 개발 프로세스에 대한 많은 부분을 캐치 할 수 있다고 보여지기 때문에 정리 차원으로 짚고 넘어가려고 한다.
호라이즌 제로 던의 시작과 초기 프로토타입
Guerrilla Games began developing Horizon Zero Dawn following the release of Killzone 3 in 2011.
by Wikipedia.org
위키피디아(영문)에 따르면 호라이즌 제로 던의 개발은 FPS 게임인 킬존 3 출시 직후인 2011년 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위 영상에서의 첫 프로토타이핑은 게임에 대한 전체적인 컨셉이 논의되고 난 직후에 제작된 프로토타입으로 보인다.
영상에서 보여지는 부분은 썬더죠 ThunderJaw 와의 전투 프로토타이핑. 비디오 게임 개발 프로토타이핑은 다른 여타 프로젝트의 프로토타입과 마찬가지로 프로덕트의 핵심 부분에 대한 빠른 검증을 목표로 한다. 위 영상에서 보여지듯, 게릴라 게임즈 Guerrilla Games 가 진행한 첫번째 프로토타이핑은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가장 시간을 많이 보내게 될 핵심 경험인 전투에 집중되어 있다.
비디오 게임 프로토타이핑에 있어서 흔히 하는 실수 중 하나는 모든 게임 시스템과 연출을 만들어 검증한다는 것인데, 이는 프로토타이핑을 쓸모없게 만들어버리는 큰 문제 중 하나다. 이러한 가짜 프로토타이핑 프로세스는 프로젝트 초기에 가장 주의해야 할 요소이다.
눈여겨 봐야 할 점은 2011년 초기 프로토타입에서 보여지는 전투 시스템들(3인칭 시점, 대형 메카닉 전투, 부위 파괴 시스템, 배경 요소와의 상호 작용 등)이 2017 년 실제 게임 출시에도 큰 변경 사항 없이 포함되어 있다는 부분이다. 이는 프로토타입에서 해야 할 검증(여기서는 핵심 전투 시스템 경험에 대한 검증)을 확실하게 끝마쳤고, 검증이 완료 된 사항에 대해서는 특별한 이유 없이 변경을 하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보통의 경우, 프로토타입을 겉핥기 식으로 하거나, 완료된 프로토타입의 검증 요소를 대폭 뒤집는 경우를 보이는 스튜디오들이 많은데 이는 프로토타입 이전에 게임의 핵심 경험에 대한 정의를 올바르게 내리지 못하고 우왕좌왕한데 기인한다. 위키피디아에 따른면, 실제 초기 프로토타입을 시작하기 전, 게임에 대한 약 40개의 구상안 중 하나를 면밀한 검토 끝에 선정하고 이후 약 10 ~ 20명의 인력으로 프로토타입을 진행했다고 한다.
2012년 프로토타이핑 – 게임 플레이 확장에 대한 검증
2011년 프로토타입이 게임의 핵심 플레이 경험 – 핵심 전투에 대한 검증이 목적이었다고 한다면, 2012년 프로토타입에서 보여지는 목표는 핵심 플레이 경험을 확장시킬 서브 플레이들에 대한 검증으로 보인다. 마을과 같은 거점에 대한 구성, NPC 들에 대한 배치, 상호작용, (비행을 포함 한)탈 것 시스템에 대한 검증 등, 호라이즌 제로 던의 오픈 월드 게임 구성을 위해 필요한 게임 시스템의 구축 및 검정이 눈에 띈다.
이 때 까지도 그래픽이나 시각 디자인에 대한 컨셉은 명확하게 나오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각적으로 보여야 하는 지점”은 명확한데 비행 시스템 검증 시 보여야 하는 원경의 실루엣, 대규모 전투의 규모 등을 확인하려고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추측하건데 오픈 월드 게임 시스템에 필요한 엔진 및 기술에 대한 검증이 진행 된 것으로 보인다(게릴라 게임즈는 킬 존 시리즈부터 자체 엔진을 사용하고 있었고, 이후 이 엔진은 코지마 스튜디오의 데스 스트랜딩의 개발과 함께 데시마 엔진이라 명명된다).
2013년 프로토타이핑 – 게임 컨셉에 대한 검증
2013년의 프로토타입은 전체 게임 경험에 대한 검증이 완료된 상태에서 개발 스튜디오가 추구하고 있는 게임의 최종 목표를 검증하는 단계로 보인다. 실제 세계관이 확인 가능한 형태의 월드가 구축되어 있고, 각자 목표에 따라 움직이고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NPC 및 몬스터가 배치되어 있다.
이 때에 와서 상호 작용, 이벤트에 대한 연출 방식에 대한 검증, 인터렉티브한 환경 변화 등, 실제 게임에 적용되어야 할 요소들에 대한 검증은 이미 이 시기에 모두 완료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게임 디자인 측면에서 대부분의 구현은 완료된 단계로, 이 때 부터 남은 것은 실제 만들려고 하는 컨텐츠 분량의 확보와 게임 세부적인 폴리싱이 된다.
실제로 이후 영상은 2015년의 첫 게임 데모, 2016년의 게임 플레이 데모 이후 2017년의 발매 영상으로 이어진다.
정리
프로토타이핑 영상으로 본 호라이즌 제로 던의 제작 진행은 아래와 같다.
- 게임 비전 및 게임 디자인 컨셉의 확정
- 게임 내 핵심 경험(전투)에 대한 프로토타이핑을 통한 검증
- 게임 내 전체 경험 컨셉에 대한 프로토타이핑을 통한 검증
- 아트를 포함한 게임 내 환경 및 상호 작용, 최종 게임 디자인에 대한 프로토타이핑을 통한 검증
- 게임 디자인의 확정 및 컨텐츠 제작 및 폴리싱
이러한 프로세스가 가능하려면 자신들이 확정한 컨셉에 대한 스스로의 믿음이 확고해야 한다. 그리고 검증을 통해 이러한 믿음을 강화한다. 검증이 끝난 요소에 대해서는 함부로 변경하지 않는다. 그리고 게임에서 주고자 한 “플레이 경험”에 검증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호라이즌 제로 던의 개발은 매우 정석적인 과정을 거쳤다. 이러한 정석적인 개발을 진행 할 수 있는 회사는 안타깝게도 전 세계적으로도 극소수에 해당한다 – 보통의 경우는 게임 디자인 컨셉도 못 잡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호라이즌 제로 던의 후속작인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의 출시 직후 게릴라 게임즈는 크런치를 피하기 위해 발매일을 연기하는 결정을 했었다는 기사가 나왔다. 이러한 결정은 대부분의 스튜디오에서는 어떻게 보면 쉽지 않은 결정인데, 이 또한 결국 자신들이 만들고 있는 게임에 대한 자신감이 느껴져서 부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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