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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긴 하루 The Longest Day – 2019. 09. 12. (목)

이 날은 크로아티아를 포함 3개 국가, 총 거리 약 600 Km 를 다니는 강행군이 예정되어 있었음. 전날의 반나절 밖에 안 이뤄진 투어와 이후 휴식은 이 날의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음.

이 날의 대충의 이동 계획은 아래와 같음. 모두 차량(렌트) 이용.

  •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 슬로베니아 블레드 (200 Km)
  • 슬로베니아 블레드 ▶ 슬로베니아 포스토이나 (105 Km)
  • 슬로베니아 포스토이나 ▶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50 Km)
  •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 크로아티아 자그레브(230 Km)

슬로베니아로 출발

여전히 일찍 일어난 일행. 아침을 적당히 챙겨 먹고 오전 7시 보다 좀 더 이른 시간에 차량에 탑승 함. 이틀 전 러시아워 때 보다는 덜하지만, 그래도 도심지에는 출근하는 차량들이 꽤 많이 있었음.

자그레브에서 A3 번 고속도로를 타고 20분 쯤 달리면 슬로베니아 국경이 등장. 이전 후기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크로아티아는 쉥겐 조약에 가입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크로아티아 출국 심사 및 슬로베니아 입국 심사를 거쳐야 함.

  • 마치 고속도로 톨게이트 처럼 생긴 심사장에 차량 탑승 상태로 이동. 자신이 운전하는 차량의 타입(승용, 여객, 화물 식)에 맞는 게이트로 가면 된다(안내판에 그림으로 표시 되어 있음). 탑승객 전원의 여권을 건내주면 끝.
  • 여권에 출입국 도장을 찍어준다. 크로아티아 쪽은 출입국 당시 모두 그냥 잘가라고만 했었고, 슬로베니아 쪽은 입국 시에만 탑승 인원이 7명 맞냐고 구두로 확인하는 선에서 끝남.
  • 나중에 크로아티아로 되돌아올 때 보니, 버스의 경우 탑승객을 전부 하차 시킨 후 일일히 출입국 심사를 하는 것으로 보였음.

슬로베니아 쪽 출입국 심사대를 거치면 바로 왼편에 간이 휴게소와 고속도로 통행권(비넷 Vignette) 판매처가 보임. 슬로베니아 부터는 휴게소 화장실 이용이 유료 였음(보통 인당 0.5 EUR).

  • 슬로베니아 고속도로 이용시 비넷 구매 및 차량 부착(운전석 쪽 앞유리)이 필수. 만약 미구매로 다니다 불시 단속될 경우 막대한 과태료를 물린다고 함(크로아티아 및 이탈리아는 우리나라 고속도로와 요금 체계 동일).
  • 차량 종류 및 기간에 따라 요금이 상이함. 가장 짧은 유효기간인 7일권 기준 승용차(2A)는 15 EUR, 우리가 렌트한 미니밴(2B)은 30 EUR 청구.
  • 만약 자신이 탄 차량이 어느 등급인지 애매하다 싶으면 직원에게 차량 브랜드 명을 알려주던가 렌트 시 받은 등록증을 가져가면 친절히 알려준다.
Highway A2(E70), Slovenija – 2019. 09. 12.

이른시각이라 고속도로는 차량이 별로 없었음. 주행 팁을 몇 가지 알려준다면…

  • 최고 제한 속도는 130 Km. 하지만 중간 중간 공사 구간 꽤 많이 있고 이런 곳은 60 Km 까지 제한이 걸림.
  • 왕복 4차로. 우리나라와 동일하게 1차로는 추월선, 2차로는 주행선. 대부분 추월선을 지킨다고는 하는데 우리나라 처럼 트럭이 끙끙 거리며 추월하겠다고 차선 막는 경우도 심심찮게 봄.
  • 우리나라와 달리 교량, 터널 등에서도 추월 가능(점선).
  • 과속 단속이 예고 없이 이뤄짐.

참고로, 슬로베니아 국경을 넘어가면 크로아티아에서 구매 한 유심 은 사용이 막힌다(연결 불가). 만약 이를 해결하고 싶다면 아래 방법이 있음.

  • 유럽 범용 유심을 한국에서 구매 – 인터넷 또는 인천 공항 등지에서 구매 가능.
  • 해당 국가 별로 유심을 각각 별도 구매.

우리의 경우 “고작 하루 방문 하는데 뭔 또 비용을 들이냐. 전화와 인터넷은 하루 정도 없이 다니자”로 결정. 네비 역할을 하는 구글 지도는 미리 오프라인 모드 지도를 받아와서 해결 함. 한국에서 출발 직전, 당일 방문하는 영역을 모두 선택해서 받았더니 약 400 Mb 정도의 용량을 요구함.

  • 기본적인 길찾기는 오프라인 지도에서 모두 지원.
  • 실시간 교통 상황 및 여기에 따른 최적 루트 찾기는 지원 안 됨.
  • 각 장소 별 기본 정보(운영 시간 같은) 확인 안 됨.

구글 지도의 오프라인 모드는 상당히 정확하게 작동 함. 맹점은 최단거리 기준이라 운전하기 까다로운 경로를 알려주기도 한다는 것 정도 뿐.

블레드 호수 Lake Bled

고속도로를 달려 약 2시간 정도 만에 블레드 호수 도착. 여행 당시 한국은 아직 한여름 기온. 두브로브니크는 밤에 선선, 낮은 무더위. 자그레브는 가을 초입 같은 날씨였는데, 더 북쪽에 위치한 블레드 호수는 한 낮에도 반팔을 입으면 서늘함을 느낄 정도였음. 아이들 물놀이를 위해 수영복을 챙겨갔었는데, 당연히 포기.

블레드 호수 주변을 차로 한바퀴 드라이브를 함. 호수 가운데 위치한 블레드 섬 Bled island 을 들어가보진 않았음. 호수 절반 정도 쯤 돌았을 때 위치한 캠핑장에서 더 이상 차량 통행이 안되기에 차를 돌려 블레드 성 Bled Castle 으로 향함.

언덕 위에 위치한 블레드 성은 블레드 호수 전체가 조망되는 끝내주는 전망을 가지고 있음. 이미 국내에서도 여러 여행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잘 알려져 있는 곳이라 그런지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많이 눈에 띄었음.

성 내 건물 안에는 지역 박물관, 기념품 점, 레스토랑, 와인 판매점 등이 위치 함. 대장간에 들어갔더니 직원이 유창한 한국어로 “어서오세요, 여기는 4대째 가업으로 운영 중인 대장간입니다. 모든 제품은 직접 다 만들었어요. 중국 제품 없어요” 같은 이야기를 한다. (…)

블레드 성 관광을 마치고 두 번째 관광지인 포스토이나로 출발.

포스토이나 동굴 Postojnska jama

유럽에서 가장 큰 공개 동굴이라는 포스토이나 동굴. 개인적으로는 국내 테마파크 수준으로 넓은 주차장 부터가 감동이었음. 아마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주차장에서의 충격이 아직 가시진 않았던 모양.

점심은 동굴 바로 옆에 있는 호텔의 푸드 코트에서 간단히 해결. 한국에서 표를 예매 할 때는 이탈리아 방문 계획이 없었기에 오후 4시 입장권을 예매 했었는데, 시간을 앞당겨 오후 2시에 입장하기로 함. 시간 변경에 수수료가 붙었음(1인 당 1 EUR).

추가로 오디오 가이드를 선택(유료) 할 건지 물어봤는데, 그냥 영어(기본)로 가기로 함.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는 기계를 대여 함.

입장 시간 10분전에 도착해 가이드 언어 별로 줄을 서서 대기 한 후, 언어권 별로 입장 함. 동굴 입구에서 안쪽까지 약 10분 정도 전동 기차를 타고 이동한 후, (가이드의 안내에 따르면) 약 3.5 Km 정도 도보 관람을 하고 다시 기차를 타고 나오는 형태. 동굴 안은 매우 습하고 서늘하기 때문에 물기에 미끌어지지 않는 신발 + 긴 옷 지참이 필수.

포스토이나 동굴 규모는 진짜로 어마어마 함. 국내에서 가장 큰 동굴인 삼척 환선굴을 갔을 때에도 동굴이 엄청 크고 넓다고 생각했었는데, 비교하기 무색할 정도의 공간이 나옴. “사진에 담을 수 없는 규모” 라는 걸 인생 처음으로 느껴 봄. 가기 전에 “동굴이 아무리 커 봐야 뭐…” 같은 생각 + “사진으로 보면 다 고만고만한 것 같은데?” 였는데, 그건 그냥 사진 탓임. 심지어 공식 홈페이지 사진도 실제 동굴을 의미있게 보여주진 못함.

도보 관람 끝 지점에는 포스토이나 동굴에서 서식 중인 동굴 도롱뇽 Olm 을 사육하는 공간이 나옴. 깊은 동굴에 사는 녀석이라 자극에 민감하기 때문에 사진 촬영, 소음 등을 금하고 있음.

1시간 30분 정도의 투어를 마치고 이탈리아 트리에스테로 이동.

이탈리아 가는 길

슬로베니아 포스토이나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약 30분을 달리면 슬로베니아 – 이탈리아 국경이 나옴. 두 나라는 모두 쉥겐 조약 가입국이라 별도의 출입국 심사를 거치진 않는다. 국경 검문소가 있지만 운영을 안함. (심지어 직원도 없음)

다만, 이탈리아 쪽 검문소 지날 때, 우리 앞에 가던 차량 하나를 이탈리아 경찰이 불심 검문을 함.

여튼 별 탈 없이 이탈리아 입성. 길 가에 세워진 무수히 많은 피아트 Fiat 의 경차를 보고서 “아, 여기 이탈리아구나” 라고 느끼게 됨.

미라마레 성 Castello di Miramare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 시절 지어진, 아드리아 해 바닷가에 지어진 아름다운 성. 오전 시간 대의 약간 무리한 일정들은 다 여길 오기 위해서 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음.

국내에서 이 성에 대해 검색해보면 “신비한TV 서프라이즈”에서 방영 된 성의 저주 같은 시덥잖은(…) 이야기가 나오는데, 성의 주인들이 기울어가는 마지막 제국주의 시절 황가 구성원들이다 보니 다들 비명횡사한게 원인. 제1차 세계대전 촉발의 원인 이었던 사라예보 사건으로 죽은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도 이 성의 주인 중 한 명 이었다 함.

하지만 다들 그런 과거사는 둘째 치고, 예쁜 경관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 여념이 없음.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이탈리아 동부의 국경 도시라 그런지 동양계 관관객은 우리 일행 밖에 없었고 대부분 현지인 또는 서양인들 뿐이었음.

미라마레 성을 빠져 나올 때, 주차요금 관련 해프닝이 발생. 성 입구에 위치한 정산기에서 정산을 시도 했을 때임. 정산기가 요란하게 경고음을 내 뱉고 있고, 화면은 이탈리아어로 장황한 설명이 떠 있었음.

일단 아무 생각 없이 내 주차권을 넣었더니 바로 다시 뱉어내더라. 그리고는 15 EUR 를 넣으라고 안내가 떴는데… 이 때 한 번 더 의심을 했었어야 했다고 아직도 후회 함. 분명 주차비는 잘 해야 4 EUR 정도 나올 것이라 예상했는데 뭐에 홀렸는지 15 EUR를 넣었다. 그랬더니 기존에 들어가 있던 주차권을 기계가 뱉어내더라. (주차권을 확인하니 4시간도 더 전에 입차했던 차량이던데… 잠깐 그 사이에 다른 차들은 대체 어떻게 나간거지?!) 주차권에 따로 차량 번호가 없길레, 15 EUR 낸 주차권으로 출차 처리하고 나옴.

트리에스테 Trieste 중심가

트리에스테 시내 중심에 위치한 이탈리아 통일 광장을 감. 여행 전 찾아 본 바로는 무솔리니가 여기서 처음 대인원 앞에서 연설 했던 장소라고 함.

광장 주변에 있는 가게들 중 하나를 찾아 저녁 식사를 먼저 해결. 이탈리아에 왔으니깐 피자! 파스타! 라면서 음식을 주문했는데, 크로아티아나 슬로베니아도 이탈리아 음식 영향을 많이 받아서 메뉴가 비슷비슷했다는 건 안 비밀.

이 도시에 일리 Illy 커피 1호점이 있음. 구글 지도에서는 오후 7시면 문을 닫는다고 해서 저녁을 급하게 먹고 500 m 정도 거리를 부리나케 달려감. 하지만 가게의 공식 안내에는 평일 오후 9시 까지 영업이라 적혀 있었음. (…) 모 방송에 나온 달달하고 시원하다는 커피를 찾으려다가 실패하고 대충 에스프레소 투 샷 들어간 라떼를 마심. – 1호점은 그냥 상징적인 의미이고, 50 m 안 되는 거리에 더 큰 일리 카페가 있다. 거긴 커피, 디저트 뿐만 아니라 젤라또, 주류 등도 팔고 있었음.

유럽 답게 레스토랑이나 펍을 제외한 주변의 왠만한 상점들은 오후 7시 30분 부터 문 닫을 준비를 하고 있더라. 천천히 야경을 감상하면서 광장으로 돌아와 다시 크로아티아로 돌아옴.

야간의 유럽 고속도로는 대형 트레일러가 진짜로 많음. 휴게소에도 트레일러가 가장 많았음. 육상 운송이 물류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게 이런건가. 싶었다.

오후 11시가 좀 넘어서야 숙소에 도착. 이제 관광 일정은 다음날 하루만 남음.

후기 편(마지막)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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