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파리 – 이스탄불 여행 정리 – 파리 편

첫날(25.01.09.) 출발

인천에서 파리의 직항편은 오전 10시 35분 경 이륙 예정이었고, 인천 공항에는 약 3시간 전에 도착했다. 이른 아침임에도, 공항은 우선 주차부터 난항이었고, 수속을 밟는 것도 꽤 오래 걸렸다. 설 연휴 전이라 그래도 사정이 나았던 듯 하지만, 이래저래 수속 밟은 후 아침 먹고 나니 곧 탑승 시간이 목전이었다.

비행기는 만석이었는데, 나중에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 도착하고 보니 대부분은 단체 여행객이었던 듯. 이번 여행에서는 일부러 예산을 넉넉하게 잡아두고, 돈 아끼는 일에 집착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에, 도착하자 마자 바로 택시 승강장으로 직진했다. 테슬라 모델 3 택시 뒷좌석에 세명이 앉아 있으니 그렇게 편하진 않았다 – 후일 파리에서 출국을 위해 비슷한 가격에 클록에서 샌딩 서비스를 신청했더니 12인승 밴이 왔었던 걸 고려하면, 그냥 픽업 서비스를 신청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었을 것이다.

숙소는 파리 2구역에 위치한 Hôtel Moderniste. 크기는 좀 작았지만, 나름 고풍스러운 골목길에 위치해서 파리 느낌이 물씬 나는 호텔. 직원들은 친절했고, 특히 룸 컨디션이 매우 깔끔해서 맘에 들었다. 비록 호텔에서는 거의 잠만 자고 바깥을 돌아다니는데 시간을 많이 썼지만, 충분히 피로를 푸는데 제 역할을 다 했다는 생각.

호텔 도착 까지는 왠일로 사고나 이슈가 없었지만, 도착 후 파리 대중교통 카드인 나비고 이지 카드를 발급 받는 일에서 첫 난관에 부딪쳤다. 가장 최신의 – 그러니까 작년 파리 올림픽 전후 – 정보를 확인하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파리의 대중교통 시스템은 또 한 번 개편이 있었는데, 바로 지하철 / 트렘과 버스의 승차 요금이 분리 되었고, 나비고 이지 카드로 10회권 구매가 불가능 했던 것.

여차저차, 카드는 구매에 성공했지만, 10회권을 찾아 해매다 결국 임시로 지하철과 버스 각 2회만 충전을 마치고 퇴각. 후에 앱을 이용하면 휴대폰을 통해 교통카드 충전이 가능하단 사실을 알아내고, 그냥 매 회 필요한 양을 호텔에서 적당히 충전하고 다녔다.

파리에서의 첫 식사는 호텔에서 추천해 준 근처 프랑스 가정식 요리를 하는 식당을 방문. 웨이트리스가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며 드문드문 한국어로 대화를 시도했고, 장거리 여정에 지치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 즐거운 분위기 속에 식사를 마치고 하루를 마감할 수 있었다.

닭, 돼지, 조개 관자

둘째날(25.01.10.) 루브르와 오랑주리

나와 아내는 2008년 신혼여행 때 파리를 왔었지만, 당시에는 정보 부족으로 루브르를 방문하지 못한 한이 있었다. 이번 여행의 주인공인 첫째의 견문을 넓힌다는 명목과 함께, 가장 먼저 방문 한 곳은 루브르 박물관이었다. 개관 시간이자 첫 입장 시간인 오전 9시에 맞추기 위해 서둘러 준비해서 나왔는데, 파리는 한국보다 일출이 늦는 편인지 오전 8시가 다 되어서도 하늘이 어두웠다(파리 일정 마지막 날 제외하고 내내 흐렸던 영향도 있었다).

아직 어둑어둑한 아침 8시 반 경의 루브르

원체 사람 많은 것을 싫어하다 보니, 루브르의 관람 전략은 일단 사람 많이 몰린다는 모나리자 먼저 관람하고 이후에는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둘러보기였다. 나에게 루브르는 흡사 던전과도 같았는데, 모나리자를 먼저 보는데는 성공했지만, 이후 동선은 완전히 엉망 진창이 되었기 때문이다. 공간은 넓고, 전시관이 최적화 된 관람 동선을 고려한 것도 아니고, 방과 방을 연결하는 통로는 여러개였기 때문에 갈림길에서 마다 한번 씩 멈칫했다. 게다가 중간 중간 직원들이 옮겨가면서 보수 작업을 하느라 방이나 통로를 수시로 막거나 풀었기 때문에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매 순간마다 고민하게 만들곤 했다. 사실 다른 박물관이나 미술관도 비슷했지만, 유독 루브르가 심한 느낌이었다.

그래도, 원래 방문하려고 했던 디저트 점인 안젤리나가 루브르에도 지점이 있다는 걸 발견하고, 거기서 몽블랑을 먹고 나온 것은 나름 효율 극대화의 경험이었던 것 같다.

루브르 안젤리나 – 몽블랑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 30분 경 까지 4시간 30분을 돌아다녔지만, 결국 마지막 3층 구역 1/2 정도만 돌아보고 나올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박물관의 규모는 거대했다. 만약 내가 좀 더 미술, 역사, 유물에 더 많은 관심이 있었다면 진짜로 전체 관람에 수 일이 필요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다행이 그렇지는 않았기에 큰 아쉬움은 없이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한겨울의 뛸르히 가든은 상당히 추웠고(낮 최고 기운 영상 2도 정도. 하지만, 그 때 서울의 날씨는 영하 11도를 찍고 있었다), 점심을 해결할 음식점을 탐색하다, 프랑스 국회의사당인 부르봉 궁전 근처의 한 식당에 들어가 점심을 해결했다. 이후 오후 4시에 예약 되어 있던 오랑주리 미술관으로 직행. 너무 일찍 도착한 나머지 바로 앞에 위치한 콩코드 광장을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가 3시 40분 경 조심스럽게 입장을 시도해 보았는데, 다행이 티켓 확인 후 바로 들여보내 주었다.

이 미술관에 방문한 사람들은 모네의 수련 연작 중 하나인 <수련 – 해질녁>에 큰 감명을 받는 듯 하였으나, 나는 꽤 많은 관람객들과 루브르에서 소진한 체력 문제로 인해 큰 인상을 받진 못했던 것 같다 – 너무 큰 기대를 해서 그랬던 것일 수도 있다. 다음날 오르세 미술관에서 또 다른 모네의 수련 연작을 발견했을 때는 “어, 이거 왜 또 여기에도 있어?” 같은 의아함이 들기도 했다 – 모네의 수련이 무려 250점에 달한다는 사실은 한참 후에나 알았다.

오랑주리 – 모네의 수련 연작

전반적으로 파리의 외식 물가는 꽤 비싼 편으로 3인 기준 예산을 한화 약 6 ~ 8만원 선으로 잡아야 일반적인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이날의 저녁 식사는 피곤함을 핑계로 숙소 근처의 마트에서 약간의 식료품을 구매하여 간단히 해결하였는데, 그나마 마트 물가는 그런대로 비싸진 않다 느낄 정도였던 것 같다. 물론 이런 감상에 일조 한 건, 광란의 24년 12월과 그로 인해 같이 미쳐버린 환율 덕택이었지만.

셋째날(25.01.11.) 오르세, 노트르담, 생트 샤펠, 콩시에르주리, 클뤼니 국립중세박물관과 팡테온

오르세는 17년 만에 두 번째 방문으로, 사실 큰 기대를 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생각 외로 꽤 많은 부분들이 세월이 흐르는 동안 바뀌어 있었고, 덕분에 대부분은 새로운 감정으로 관람을 할 수 있었다.

다만, 이쯤 되면, 사실 미술 작품들은 눈에 들어오더라도 몇몇 특징적인 작품을 제외하고는 다 거기서 거기처럼 보이기 시작했는데, 개인적으로 부족한 소양과 체력이 주 원인이었을 것이다. 한 번에 너무 많은 것을 소화하려다 소화 불량에 걸린 것과 같은 문제도 있었을 테고.

사실 17년 전의 여행은 인터넷이 있기를 하나, AI 가 있기를 했나, 실시간 통역 앱이 있었나, 정말 맨 땅에 아무런 정보도 없이 다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빈곤한 여행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식사가 그랬는데, 17년 후의 점심은 리뷰나 평점 등을 바탕으로 미리 점찍어 둔 곳을 가서 제대로 프랑스 가정식 요리와 디저트를 경험했다. 다만 나는 프랑스 요리는 전반적으로 썩 입에 맞다는 느낌은 아니었는데, 대신 디저트의 경우 먹는 족족 다 만족스러웠던 것 같다.

점심 식사 후, 노트르담 대성당으로 이동을 했는데, 대중교통이든 도보든 너무 애매한 위치에 있다보니 처음으로 우버를 호출하였다. 파리에서의 우버 경험은 호불호가 있었는데, 좋았던 점은 합리적인 가격에 꽤 편안하게 목적지까지 빠르게 갈 수 있었다는 점이었고, 안좋은 점은 매우 높은 확률로 흡연 차량이 걸렸고, 파리의 우버 기사들은 마치 부산 택시 수준으로 시내에서 상당히 거칠게 운전을 하더라는 것이었다.

노트르담 대성당

방문일 기준 노트르담은 이제 막 6년 전의 화재로 인한 피해 복구를 마치고 재개장을 한 참이었고, 내가 방문을 하던 시점에는 방문일 48시간 전부터 방문 예약을 받고 있었다 – 때문에 인천 공항에 도착하자 마자 내가 처음 한 일은 탑승 수속이 아니라, 노트르담 방문 예약이었다. 물론 예약을 하지 않고 들어갈 수는 있긴 하지만, 긴 대기 줄을 기다려야만 한다.

노트르담 대성당 역시 지난 여행에서 방문하지 못했던 곳이었고, 예의 재난으로 이번 여행에도 방문을 기대하진 않았었다. 다행이 몇 주 전에 복구 종료 및 관광객을 다시 맞는다는 소식이 들렸기 때문에, 꽤 절묘한 타이밍으로 방문 할 수 있었다. 노트르담 관람을 마치고 근처에 위치한 생트 샤펠과 콩시에르주리를 바로 방문하였는데, 특히 마리 앙트와네트가 마지막 수감을 했다는 콩시에르주리는 정말 별 것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고국의 상황(아직 내란 피의자 체포가 이뤄지지 않던 시기였다) 때문인지 꽤 기묘한 인상이 남았었다.

원래 계획은 콩시에르주리 관람 이후 노트르담 대성당을 가려 했으나, 노트르담이 계획한 시간에 예약이 되지 않은 상태라 결국 콩시에르주리 이후 일정이 대거 펑크가 난 상태였고, 파리 뮤지엄 패스로 갈 수 있는 팡테옹과 가장 가까운 곳을 찾다 보니, 클뤼니 국립중세박물관을 들리게 되었다.

클뤼니 국립중세박물관숙녀와 유니콘

이곳은 말 그대로 중세 시대의 프랑스 유물을 중심으로 전시중 이었고, 특히 해리포터 영화 시리즈와 기동전사 건담 UC 등에도 등장한 적 있는 테피스트리인 숙녀와 유니콘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예상 외로 많은 전시품으로 인해 관람은 서둘러 끝낼 수 밖에 없었는데, 덕분에 팡테온에는 폐장 직전에 겨우 입장 했다. 팡테온은 사실 큰 인상은 남지 못했는데, 거기 묻힌 유명 인사들에 대해 절반 정도라도 알았다면 꽤 흥미롭게 보지 않았을까?

이날의 저녁 식사는 팡테온 근처의 크레프리 전문점. 폭력적으로 커다란 크레프리는 맛은 있었으나 과다한 치즈로 인해 좀 짜다는 인상이었고, 매장에서 주문을 받는 아저씨가 한국에서 왔다는 말에 “대박”이라면서 응수 해 준 그런 사소한 즐거운 이벤트가 기억에 남는다.

넷째날(25.01.12.) 베르사유, 에투알 개선문, 샹젤리제 거리, 에펠탑

숙소에서 베르사유까지의 거리는 약 17 Km 정도였지만, 대중교통은 최소 3회 환승에 시간도 무려 1시간 45분이 걸리는지라, 비용이 좀 더 들더라도 그냥 우버로 이동을 하기로 결정. 약 40여분 만에 목적지에 편안하게 도착을 했다.

베르사유 옛 여행 때 방문을 했었는데, 당시는 5월 초라 정원도 둘러보고 꽤나 느긋하게 구경을 했었던 반면, 1월의 베르사유는 춥고 정원 역시 황량했기 때문에 궁전 내부만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오르세와 달리 여기는 큰 변화는 없었던지라, 큰 감흥은 없었다. 다만 모바일 앱으로 지원하는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는 UX 는 그저 그랬지만, 나름 쓸만했다.

점심은 베르사유 관람을 마치고 근처에 위치한 맥도날드에서 해결했는데, 맥도날드 키오스크의 X같은 UX 경험은 마치 국제 표준 사양이 있는 듯 국내에서 만큼 경험이 불쾌했다. 쓸데없이 복잡하고 다크 패턴은 여기저기 숨어 있으면서 고객 편의 사항은 0에 한없이 수렴하는 그런.

점심 식사 후 에투알 개선문으로 향했는데, 개선문에 도착하기 전에 매우 기묘한 광경을 구경했다. 성공한 밀리터리 덕후의 표본 이었달까, 무려 2차대전 미군 지프를, 거기에 대전기 미군 장교 근무복을 입고 드라이브를 즐기는 남자의 모습이었다. 순간적으로 지나가는 바람에 사진으로 기록을 남기지 못한게 못내 아쉬웠다.

에투알 개선문 전망대는 이번 방문이 처음이었는데, 마치 끝없이 계속되는 것 같은 나선 계단에 잠시 당황하기도 했다. 이 날 까지도 파리의 날씨는 그닥 좋은 편은 아니었기 때문에 춥고 흐린 날씨 속에서 파리의 전경을 구경하고는 샹젤리제 거리로 나왔다.

샹젤리제 거리는 주로 아이 쇼핑을 다녔는데, 조국에 대한 몇몇 인상적인 경험이 있었다. 백화점 건물 1층에 한국어로 된 상표를 가진 화장품 팝업이 성행 중이었고, 근처 스타벅스에서는 카운터의 종업원이 내가 한국인임을 확인하자 유창한 한국어로 주문을 받았다. 국적을 물어볼 때, 일본인이냐? 중국인이냐? 한국인이냐? 라고 묻는게 아니라,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는 배려도 있었다.

샹젤리제 거리에서 구경을 하고, 커피를 마시고, 마카롱을 사는 등등의 일을 하고, 예약된 시간에 맞춰 에펠탑으로 향했다. 방문한 기간 동안 에펠탑의 정상 층은 안전을 이유로 운영을 하지 않았고, 중간 층까지만 갈 수 있었는데, 대충 일몰 시간보다 조금 이르게 예약을 잡은지라, 느긋하게 풍경을 구경하다 야경을 보고 빠르게 내려왔다.

에펠탑에서 바라본 파리 전경

이날 저녁은 숙소 근처에 있었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파스타와 피자를 먹었는데, 기억으로는 파리에서 먹었던 것 중 가장 맘에 들었던 식사였던 듯 하다. 식사 후 웨이터가 구글 지도 리뷰를 남겨 달라는 부탁에 흔쾌히 부탁을 들어줄 정도.

다섯째날(25.01.13.) 퐁피두 센터, 루이뷔통 카페, 그리고 마지막

이날의 첫 일정은 퐁피두 센터였는데, 오전 11시 개관이라 남는 시간에 숙소 근처 코인 세탁소를 이용하기로 결정하였다. 파리 시내에는 코인 세탁소가 상당히 많았는데, 오래된 건물 가정에 세탁기를 설치하기가 쉽지 않아서 그렇단 이야길 보았다. 급하게 빨아야 할 세탁물들을 돌리고 건조 시키는데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덕분에 남은 여행 일정 동안 빨래 걱정은 완전히 끝낼 수 있었다.

파리 시내 코인 빨레방

퐁피두 센터는 주로 현대 미술을 중심으로 전시가 되는 미술관이다. 여길 방문한 소감은 한마디로 “나는 현대 미술에 소양이 없다” 라는 것. 나에게는 전반적으로 난해한 작품들이 많았고, 중간 중간 한국 작가를 비롯한 동양 작가들의 전시품도 전시가 되고 있다는 점이 의외였다.

퐁피두 센터

이때쯤 되면 프랑스 음식에 대한 기대는 많이 낮아진 상태였는데, 퐁피두 센터 주변 음식점을 검색하던 중 슈와마를 파는 가게를 발견. 평소 못 먹어본 음식을 먹어본다는 경험과, 의외로 한국 입맛에 맞는 음식이라는 평.

슈와마를 먹고 다음으로 이동을 한 곳은 명품 브랜드인 루이뷔통에서 직접 운영하고 있는 카페. 어차피 명품 가방 등을 살 만한 처지는 안되고, 말도 안되는 가격의 디저트로 기분이나 내보자는 생각으로 방문을 했다. 생긴 것과 다르게 디저트는 매우 맛이 있었고, 커피와 함께 오후의 한적함을 보내기 어울렸다.

루이뷔통 카페를 마지막으로 이날 일정은 거의 끝났고, 시내에서 좀 떨어진 대형 쇼핑몰에 가서 이것 저것 구경(결국 산 건 없었지만)을 마치고 숙소로 귀환. 저녁 식사로 역시 숙소 근처에 있었던 태국 음식점에서 똠양꿍 등을 먹고 하루를 마무리 했다.

다음날은 오전 비행기였기 때문에 매우 이른 아침에 체크아웃을 했고, 미리 예약한 차량을 통해 공항으로 향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분명 예약한 차량은 승용차였는데 대형 밴이 와주어서 파리 여정의 마지막을 매우 기분 좋게 마무리 할 수 있었다.

2025년 파리 여행 인상

요즘 외국 나가서 한국어로 욕을 하면 안된다는 말이 농담처럼 있었지만, 파리에서 그렇게 많이 한국어를 접할 줄은 몰랐다.

  • 첫째날 저녁 식사 식당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웨이트리스
  • 셋째날 대박을 외치던 식당 주인
  • 넷째날 한국어 브랜드의 화장품 팝업 스토어와 한국어로 주문을 받던 스타벅스 직원

17년 전의 방문에 비교를 하면, 그 때는 일본인이나 중국인으로 오해하지만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었고, 그나마 한국인이라고 할 때 반응은 2002년 월드컵 관련 반응들이 전부였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아마 시간과 기회(그리고 돈)가 더 있었다면 느긋하게 더 많은 곳을 돌아보지 않았을까 싶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만족스러웠던 것 같다. 17년 전 여행에서도 설마 또 다시 가겠어? 라고 생각했지만 어쨌든 다시 한 번 오지 않았는가. 만약 생각 못했던 아쉬움이 있다면 그 때 또 풀면 되겠지.

이스탄불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