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한 사내가 지친듯한 표정으로 담배를 꺼내 문다. 부싯깃 돌이 낡았는지 라이터는 요란한 소음만 낼 뿐 정작 불을 지피지는 못하고 있다. 사내는 몇 번 불을 붙이기를 시도했다. 이윽고 담배 끝에 빨간 물이 들기 시작하자, 사내는 담배를 길게 빨아들이고는 다시 길게 내 뱉는다. 하얀 연기가 허공에서 아스러이 흩어진다.
유전자 복제의 부작용으로 급속하게 늙어버린 몸뚱아리는 이미 작전에 투입되기는 커녕 노년을 대비하기도 무리인 것 처럼 보이지만, 그의 정신은 아직 그의 몸처럼 급속하게 망가지지는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여전히 살아있는 눈매는 혼란에 빠진 전장을 바라보고 있다. 한 남자의 마지막 임무와 그 이야기를 담고 있는 메탈 기어 솔리드 Metal Gear Solid 4편의 커버에는 세월이 급격하게 빨리 지나가버린 주인공 솔리드 스네이크 Solid Snake 의 초상이 그렇게 자리하고 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음모와 배신에 평생 휘둘리고, 남들과는 달리 급격하게 빨리 생을 마감 할 수 밖에 없는 그의 운명은 매우 가혹하다고 할 수 밖에 없지만, 그는 그러한 자신의 인생에 맞서 무언가를 노려보고 있다. 그가 노려보는 것은 얼마남지 않은 그의 저주스러운 미래인가? 아니면, 전장에서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죽어갈 수 밖에 없는 적들에 대한 애증인가? 사내는 다시 혼란스러운 전장의 한 가운데에서 그 답을 찾으려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