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작 : SQUARE ENIX
- 유통 : SQUARE ENIX (한글판 2004년 봄 EA Korea에서 발매 예정)
- 장르 : 롤플레잉
- 리뷰 타이틀 버전 : Play Station 2 일본 발매판 (NTSC/J)
– 계기는, 네가 찍혀있던 스피어…
시리즈 최초로 세계관이 이어지는 파이날 판타지(이하 FF)의 최신 시리즈인 파이날 판타지 X-2(이하 FFX-2)는 전작인 FF X(10)의 2년 후의 세계를 상정하고 있다. 주인공들에 의한 스피라의 최대 위협인 ‘신(Sin)’이 사라짐과 동시에 소환수와 더불어 10편의 주인공이었던 티다 역시 빛으로 사라짐으로써 결코 해피하지만 않은 엔딩으로 팬들의 원성을 샀기 때문에 후속작이 나온것인지 어떤지는 알 수 없지만, 사실상 엑스 파일의 에피소드 같은 미심쩍은 엔딩을 보여준 10편이 스토리상 많은 궁금증을 남겼던 것은 사실이니 만큼 FFX-2는 그러한 궁금증을 해소해준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인 작품이라고 하겠다.
전작의 시스템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소환수의 개념이 스토리상 완전히 사라져버린 상태이니 만큼, 시스템 역시 일신되어있다. 리절트 플레이트와 드레스피어라고 하는 클래스 변환 시스템(사실상의 미소녀 변신 시스템-예 : 세일러문)과 더불어 ATB(Active Time Battle) 시스템의 재 도입 등을 통하여 완전히 새로운 작품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도 주목 할 만 하다.
– 신(Sin)이 사라지고 2년 후
신과 함께 주인공 티다 역시 빛이 되어버린지도 벌써 2년째. 신과 같은 대재앙이 없어진 평화로운 스피라는 불행하게도 여러 세력들의 대립으로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평화를 유지하고 있었다. 시모어에게 멸족의 위기까지 갔었던 론조 족은 구아도 족에 대해 적대심을 풀지 못하고 있었고, 청년 동맹과 신 에본당의 대립 역시 그리 건전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지는 않았다. 전작의 여주인공이자 이번 FFX-2의 주인공인 무녀 유우나는 비사이드 섬에서 조용히 지내던 중, 키마리로 부터 받은 스피어에 소멸된 티다와 비슷한 인물이 찍혀있는 것을 보고는 스피어 헌터가 되기로 작정, 비사이드 섬을 나와버리고, 리쿠와 새 동료인 파인과 함께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스피어를 찾아 돌아다니게 된다-간단하게 이야기 하자면, FFX-2는 전작에서 사라진(또는 분해된) 애인을 찾아 돌아다니는 한 여자의 눈물겨운 감동스토리 일지도…?
FFX-2에서는 전작에 등장했던 여러 캐릭터들은 물론, 다양한 개성을 가진 새로운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주 스토리 라인은 이들 신 캐릭터들로 연출되어지는데, 사실상 항상 유우나의 곁에 있는 친숙한 얼굴이라고는 리쿠 한명 뿐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전작의 캐릭터들은 주, 조연 할 것 없이 다들 스피라 각지에서 정착하여 나름대로 살고 있다. 이들은 유우나에게 조언을 한다던가, 이벤트를 발생시킨다던가, 임무를 준다던가 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나, 철저하게 메인 스토리에는 배제되어 있다. 사실상 매인 스토리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새 캐릭터인 ‘파인’, ‘누지’, ‘깁플’, ‘바라라이’ 등이라 할 수 있다. 후속작이라는 굴레를 벗어나고 싶은 의도의 시도였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덕분에 FFX-2는 시리즈의 후속작이기도 하지만 스탠드 얼론으로도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어 보인다.
– 그래픽과 시스템의 일신
배경 그래픽의 경우 전작인 FFX의 컨셉에서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텍스쳐가 좀 더 세밀해졌다는 점 이외에 달라진 점은 별로 없어 보이며, 프리 랜덜이 된 동영상 연출 역시 좀 더 표현이 세밀해졌다는 점 이외에 크게 차별점을 두기는 힘들 듯 하다.
그래픽 부분에서 정말 많이 달라진 부분은 캐릭터의 얼굴 움직임 부분이 아닐까 싶다. 전작에서 뻣뻣한 표정을 보여줬던 캐릭터들이 꽤나 다양한 표정을 연출하는 것을 보면, 폴리곤 캐릭터의 발전이란 것을 절실히 느낄 수 있을 정도. 물론 이런 화려한 얼굴 표정을 보여주는 것은 주연 캐릭터들 뿐이긴 하다.
그래픽이 전반적으로 화려해진 덕분에 전투시 종종 끊김 현상이 발생하곤 한다는 점은 단 한가지 불만이라 할 수 있다-하지만 끊김 현상이 심하게 거슬릴 정도까지는 아니며, 가끔씩 생각날 정도이다.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ATB를 채용하고 있으며, 전투시 소환수의 개념이 사라진 대신 드레스피어라고 하는 시스템이 도입 되었다. 캐릭터들은 클래스에 맞는 드레스피어를 입수하고, 이를 장착 함으로써 해당 클래스의 능력을 이용 할 수 있게 된다. 드레스피어의 탈착시 멋들어진 변신 영상(…)이라는 서비스와 더불어 상당히 재미있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필드 상에서는 점프 액션(X 버튼)이 추가 되었지만, 이른바 악명 높은 점프 퍼즐 같은 시스템이 아닌, 일정 지점에서 점프 버튼을 누르면 무조건 점프가 성공하는 형태이다. 유우나의 다양한 동작을 연출해 보고 싶은 마음으로 집어넣은 시스템인 듯 하지만, 사실 게임에 영향을 미치는 시스템은 아니다.
스토리의 진행은 이벤트의 연속이 아닌 일종의 미션(퀘스트)의 형식으로 바뀌었다. 맵에서 일정한 미션을 부여받고, 이를 클리어 하는 형태의 게임이 되어버린 것. 해야 할 일이 명확해진것은 좋을지도 모르지만, 미션 시작과 끝에 나오는 연출은 좀 작위적인 느낌이 들기도 한다. 스토리는 총 5 파트로 나누어져 있으며, 각 파트에서 수행해야 할 필수 미션을 종료하는 것 만으로도 다음 스토리 파트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에 레벨 노가다를 하기 싫은 사람은 그냥 해당 미션만을 클리어 하는 방식으로 쉽게 엔딩을 볼 수 있게 되어있다-하지만 조건에 따른 멀티 엔딩이라는 시스템 덕분에 레벨 노가다 방지라는 말은 이번 작품에서도 역시 은하계 너머로 사라진 말이 되어버리고 말았는데, 완벽한 엔딩을 보기 위해서는 미션 완수도를 100%로 해야 하는 등의 조건이 붙어있다.
– 스퀘어의 뉴타입 양성 프로젝트
전작에서 이른바 최종 병기(…)인 ‘칠요 무기’를 얻기 위해서 쵸코보 레이스에서 패드를 두세개 정도를 박살낸 경력이 있는 분들이라면 이번 FFX-2의 완벽 엔딩을 보는 것은 포기하는 것이 정신 위생상 좋을 것이라는 말을 먼저 하고 싶다. FFX-2의 미니 게임들은 FFX의 초코보 레이스를 능가하는 난이도의 것들이 산재해 있다.
물론 스핏 브레이크 같이 손쉽게 머리를 쓰면 클리어 할 수 있는 것 부터 존재하긴 하지만, 몇몇 미니 게임(번개평원의 피뢰탑 게임 같은 것)들은 제작 의도를 의심하게 만들 정도로 뛰어난 동체 시력 및 순발력을 요하고 있다.
사실상 미니게임의 의도가 본 게임을 즐기는 도중의 서비스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장치라는 아주 고전적인 해석을 들이대 볼때, FFX-2의 미니게임은 그런 원칙에서 철저하게 벗어나 있음은 물론이다. 성과물로써 시원찮은 아이템을 흘려주는 것 치고는 난이도가 지나치게 높은 것은 문제. 아이템을 위해 미니게임에 도전하다가 게임 할 맛 자체가 사라지게 하는 것은 게임 평가에 있어 분명 감점 요소로 보인다.
– 언제나, 함께…
미니 게임과 더불어 필자에게 개인적으로 거슬린 부분은, 게임 전반에 걸쳐 일본식의 유머가 산재해 있다는 점이다. 의외로 왜색이 짙다라는 점 자체는 그리 비난 받을 이유는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니키(리쿠의 오빠) 같은 캐릭터의 개그는 그냥 웃어 넘기기에는 국내 정서상 좀 많은 인내를 필요로 하지 않을까 한다-그의 개그는 이해가 없는 한 엽기로 분류되기 딱 좋다.
얼마전 FFX-2의 한글화 발표가 났다. 영문 음성을 기본으로 한다고 하는데, 다른 부분은 몰라도 아니키 같은 캐릭터의 느낌이 과연 제대로 살아날련지는 모르겠다-적어도 영어권에서 저런식의 캐릭터는 표현하기 힘들지 않을까 싶을 정도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