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 Turismo 4 “Prologue”

  • 제작 : Polyphony Digital
  • 유통 : SCEK (한국 발매판)
  • 장르 : 레이싱
  • 리뷰 타이틀 버전 : Play Station 2 한국 발매판

요즘의 비디오 게임 시장에서 레이싱이란 장르는 점점 자기의 비중을 늘려가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벌써 X-BOX 진영에서는 프로젝트 고담 레이싱 2, PS2 진영에서는 지금 리뷰하는 그란 투리스모 시리즈의 최신작 그란투리스모 4 프롤로그(이하 GT4 프롤로그)를 위시로 게이머들에게 커다란 인기를 얻고 있으며, 카이도 배틀 2, 병행 수입으로 발매되는 이니셜 D 등의 작품이 발매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란 투리스모 3 A-Spec의 싱글 컷이라고 할 수 있는 컨셉 도쿄(Concept Tokyo) 이후, 폴리포니 디지털에서는 그란 투리스모 4(이하 GT4)에 대한 소식을 뿌리기 시작했고, 현재는 올해 안에 발매 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GT4 프롤로그는 제목에서 보여주듯 앞으로 나올 GT4의 체험판적 성격이 강한 타이틀이다-물론 제작사 및 발매사에서는 입을 모아서 일종의 싱글 에디션이라고 말하고 있다.

체험판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하지만 GT4 프롤로그의 볼륨은 꽤 충실한 편이다. 물론 막대한 볼륨을 자랑하는 3편 A-Spec의 양에는 한참은 못 미치지만, 국내에도 정식 발매가 된 적이 있는 컨셉 도쿄와 비등한 수준의 내용을 자랑하고 있다. 이번 프롤로그에 들어가 있는 트랙은 총 5개(츠쿠바 서킷, 후지 스피드웨이, 그랜드캐년, 뉴욕 시가지, 이탈리아 시가지)로 역주행 코스는 존재하지 않는다. 각 트랙은 정밀한 측량과 검증을 거쳐 그래픽으로 정교하게 옮겨졌기 때문에, 실제로 해당 서킷을 주행한다고 하는 느낌이 제대로 전달되고 있다-개인적으로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 트랙은 뉴욕 시가지 트랙으로, 타임 스퀘어의 각종 회사 간판, 출발 지점에서 볼 수 있는 뮤지컬 맘마미아의 대형 입간판 등은 대단히 사실적으로 묘사 되어 있다.

GT 4 프롤로그에서 가장 진보한 부분은 역시 한층 발전한 배경 그래픽을 들 수 있다. 전작이라 할 수 있는 3편에서의 배경은 약간은 덜 다듬어진 느낌이 강한 반면, 이번 작품의 배경은 대단히 사실적이며, 역동적이기 까지하다. 전작에서 잘 등장하지 않던 트랙 바깥쪽의 구경꾼들은 각자의 독특한 모션을 가진체 게이머의 레이싱에 반응하기까지 한다.

이번 작품에서는 게임성에 있어서 몇가지 부분의 수정이 이루어졌는데, 고속 주행 중 벽을 들이받게 되면 페널티가 적용되는 것이 가장 큰 변화라 할 수 있다. 전작등에서 무리한 시간 단축 또는 경쟁 차를 추월하기 위해서 이른바 벽치기 기술(측면으로 벽을 들이 받아 튕겨나오는 가속력으로 추월하는 기술)을 이용했던 게이머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한 조치라고 보여진다. 이러한 패널티는 종종 상대 차량을 들이받아버리는 경우에도 고스란히 적용되기 때문에 게이머는 좀 더 섬세한 주행법을 터득할 필요가 있게 된다. 상대 차량의 AI 부분에 있어서도 개선이 이루어져서 적어도 AI 차량이 플레이어의 차를 고의로 들이받는 등의 경우는 많이 사라진 모습이다. 게이머가 진로를 가로막는 주행 등을 할 경우 AI 차량은 꽤나 민감한 반응을 보여주곤 한다-이는 난이도 중간의 경우임.

프롤로그가 단지 체험을 한다라는 의미로 발매가 되었다면, 구매자들로 부터 상당한 불평 불만을 들었어야 할지도 모르지만, 이 작품에서는 기본적인 아케이드 모드를 제외한 드라이빙 스쿨 모드를 지원하고 있다. 일종의 레이서 사관학교라고 할 만한 스쿨 모드는 가장 기본적인 스티어링 조작에서 부터 4편을 즐기기 전까지 도전 할 수 있는 여러 과제들을 포괄하고 있는 모드이다. 주로 스포츠 드라이빙의 테크닉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실제 차량 운전에서 무모하게 도전을 했다가는 대단히 위험하긴 하지만, 그간 그란 투리스모 시리즈가 어렵다고 느끼는 초심자가 이 스쿨 모드를 꾸준하게 클리어 한다면 꽤 굉장한 실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을 정도로 각 도전 과제들은 알맞게 주어지고 있는 편이다. 전반적인 난이도는 그다지 높은 편은 아니지만, 골드 클리어의 경우의 난이도는 상당한 편이기 때문에 도전적인 게이머 또한 포용하는 자세를 잊지 않았다는 점은 점수를 줄만한 요소-하지만, 올 골드 클리어의 특전(숨겨진 차량의 등장)이라는 점에 비한다면 골드 클리어 레벨은 너무 높다는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한글화 부분에 있어서, 워낙에 한글화를 해야 할 부분이 많지 않은 것 역시 사실이지만, 드라이빙 스쿨 모드에서의 인트로 화면의 음성을 모두 한글로 더빙한 것이나, 게임의 분위기에 맞는 폰트를 사용한 것 등은 역시 점수를 받을 만한 요소라 생각된다. 다만 너무 빈약한 메뉴얼(이 녀석은 심지어 SCEK의 광고 팜플랫 보다 분량이 작다)은 불만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이건 현지 퍼블리셔의 문제라기 보다는 제작사의 문제로 보여진다.

리얼드라이빙 시뮬레이터라는 제작사의 의기양양한 타이틀 문구를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GT 4 프롤로그는 사실성이라는 목표에 가장 근접한 게임이다. 다만 여전히 비 사실적인 부분인 차량의 파손의 전무 같은 것은 여전히 아쉬울 따름(일각에서는 라이센스를 지원해주는 차량 제조 메이커들이 반대를 한다, PS2의 성능이 한계에 왔다는 등의 소리가 돌고 있다). 그란 투리스모 시리즈가 진정한 Real의 게임이 되기 위해선 언젠가는 해결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되어진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앞으로 나오게 될 4편에 대해서 기대와 두려움을 갖고 있다. 프롤로그를 즐김으로써 그 막연한 감정들은 점점 구체적이 되었는데, ‘얼마나 더 사실적인 레이싱을 보여줄것인가?’라는 기대와 ‘얼마나 무지막지한 볼륨을 가진 게임이 등장하는가?’에 대한 두려움이다. 어디까지나 프롤로그에 불과한 이 작품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는 순전히 이것을 플레이하는 게이머들의 몫이지만, 4편을 기대하는 사람이라면 아무래도 저 두 질문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각오를 해야 되지는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