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Reset: Ruin and Recovery in the Video Game Industry – Jason Schreier

Press Reset(이하 프레스 리셋) 은 비디오 게임 제작 산업에서 굵직한 이력을 남긴 게임들에 대한 제작기를 다룬 책 “피, 땀, 픽셀1의 저자인 제이슨 슈라이어의 신간입니다.

전작인 피, 땀, 픽셀이 성공한 게임들에 대한 제작 분투기를 다루고 있다면, 프레스 리셋 은 성공 실패에 관계 없이 무너진 게임 제작 스튜디오의 파괴 과정과 그 이후 소속되었던 개발자들의 생존에 대해 다룬 이야기 입니다. 사실 피, 땀, 픽셀은 영웅적인 성공담에 더 가까운 이야기들이 많기 때문에 누구나가 환상과 희망을 품고 내용을 받아들이기 좋지만, 프레스 리셋은 일반적인 경력의 대한민국 게임 개발자라면 누구라도 끔찍한 기억을 떠올릴 만한 내용 – 급작스러운 프로젝트 취소, 개발 스튜디오의 해체 및 재편, 그리고 구조조정 – 을 건조한 톤으로 이야기 합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례는 매우 다양하고, 국내에도 익히 잘 알려진 “사라진 개발 스튜디오”의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북미 비디오 게임에 대한 약간의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내용에 대한 이해는 가능할 것 입니다. 비디오 게임 디자인에 한 획을 그었던 인물인 워런 스펙터의 정션 포인트 스튜디오와 에픽 미키 시리즈의 어처구니 없는 퇴장으로 시작하는 이 책의 내용은, 바이오쇼크 인피니트로 상업과 비평 양쪽 모두의 성공을 거두었음에도 어느날 갑자기 해체 된 이래셔널 게임즈와, 당시의 지옥 같았던 대량 해고 이후 인디 게임으로 안정을 찾은 개발자들의 이야기. 경영진의 좋지 않은 의사 결정을 수용할 수 밖에 없었지만, 모든 책임을 뒤집어써야만 했던 더 뷰로: 기밀 해제된 엑스컴의 개발자들의 운명.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었으나, 전작 대비 드라마틱한 성장을 거두지 못했단 이유로 해체된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의 개발사. 전설적인 메이저리그 투수 출신의 대표가 야심차게 설립, 운영하던 회사가 하루 아침에 사라져 소속 개발자들이 커다란 빚을 떠안은 이야기. 그리고 괜찮은 성적을 낸 게임을 만들었음에도 소위 “대박”을 치지 못했단 이유로 사라져버린 회사와, 해당 회사 소속 인원을 재결합 시켰지만, 게임에 대한 방향성을 크게 흔들어 완성도를 떨군 책임을 개발자들에게 돌리고 1년만에 두번이나 정리해고한 대형 게임 제작사에 대한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페이지 한 장 한 장을 넘길 때 마다 손 떨리게 만들었습니다.

이 책이 출간된 시점은 2021년으로 마지막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인 또는 개발자 단체의 노력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굳이 국내와 비교를 하자면, 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노동법이 그나마(…) 잘 정비가 되어 있는 편이고, 2018년 대형 기업들을 중심으로 노조가 결성되기 시작했지만, 아직까지 미국은 게임 제작자 노조를 결성 준비 중인 상황입니다. 물론 대한민국의 게임 산업 역시 노동자 보호에 대해 갈 길이 멀긴 하지만요.

프레스 리셋은 아직 번역서가 출간 되어 있진 않습니다. 번역서가 출간되어 국내의 게임 개발자들도 이러한 내용에 같이 고민을 할 수 있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입니다.


  1. 국내 번역서의 부제는 “트리플 A 게임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라고 되어 있으나, 실제 책의 내용은 트리플 A 게임부터 인디 게임까지 폭 넓게 다루고 있습니다 – 원래 부제는 The Triumphant, Turbulent Stories Behind How Video Games Are Made(‘비디오 게임 개발 뒤에 숨어있는 격정적인 이야기’ 쯤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네요) 입니다.